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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안 640리를 가다
[제주해양리포트 6부:제주바당 올레길을 가다](21)사수동 로드포인트
제주 깊은 바다 둥지튼 연산호 '바오밥나무' 연상
최태경 기자 bigroad@ihalla.com
입력 : 2014. 01.27. 00:00:00

▲제주시 사수동 앞바다는 수심 26m에 대형 연산호와 해송 등이 밀집해 있어 다이빙이 비교적 편한 지점에서 바다속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사진은 바오밥나무를 연상시키는 대형 맨드라미 산호. 사진=조성익 자문위원

수심 26m에 대형 연산호· 해송 등 밀집
다이빙 비교적 편한 지점 포인트 형성

겨울철 다이빙은 날씨와의 싸움이다. 겨울 태양이 뜬 날을 잡더라도 어김없이 매서운 북서풍이 불어 다이빙을 힘들게 한다. 거기에 한 없이 내려간 수온도 한 몫 거든다.

하지만 진정한 물 맛을 아는 다이버라면 겨울이라고 다이빙을 쉴 수는 없다. 차가운 수온은 세미 드라이나 드라이 슈트로 막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을 이기고 물 속에 들어간 다이버에게 바다는 맑은 시야로 보답해준다. 제주의 겨울바다는 짙은 하늘빛으로 다이버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탐사팀이 찾은 제주시 사수동 앞 바다 시크릿 가든 포인트에서 서쪽으로 약 2km 떨어진 일명 '로드(Road)'포인트. 수중 여의 모양이 길처럼 돼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탐사 당일 맑게 개인 하늘이지만 제법 북풍이 불고 있었다. 파도는 그리 높지 않아 다이빙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사수동 포구 바로 옆 다이빙 숍에 탐사팀이 모두 모이자 각자 다이빙 장비를 챙기고 숍에서 운행하는 고무보트에 몸을 실었다. 3분여 정도 지나자 포인트에 도착했다. 정조시간이 금방 지나서인지 조류는 심하지 않았다. 탐사팀은 촬영장비를 들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 차가운 바닷물이 슈트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긴가지해송과 맨드라미 산호

포인트의 전체적인 지형은 뻘 위에 나지막한 바위들이 산재해 있는 형태다. 육상에서 비교하자면 '빌레밭'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겨울철이라 맑은 시야를 기대했지만 부유물이 잔뜩 끼어 있다. 해저 암반을 뒤덮고 있는 뻘도 상당해 핀킥에 주의하지 않으면 부유물이 구름처럼 일어나기 때문에 탐사팀은 조심스럽게 유영을 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곳곳에 자라고 있는 연산호들을 보는 순간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탐사팀이 해저 바닥에 닿자마자 1m가 훨씬 넘는 긴가지해송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뽐내더니, 가는 곳마다 대형 연산호들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손으로 둘레를 재보니 30cm는 훌쩍 넘고 길이도 50cm 이상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마치 아프리카 다큐에서 봤던 바오밥나무를 연상케 한다.

▲사진 왼쪽부터 다양한 색상의 큰산호붙이히드라, 긴가지해송, 대형 맨드라미 산호

대형 연산호를 촬영하면서 조금씩 북쪽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냉수대를 만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온이 14도로 차가웠는데 더 차가운 바닷물을 만난 것이다. 웻슈트를 입은 탐사팀에게는 저체온증 등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탐사는 이쯤에서 접어야 했다.

아쉽게 포인트 전체를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탐사를 통해 얻은 수확은 있다. 보통 서귀포 앞바다 등지에서 대형 연산호를 볼려면 적어도 수심이 30m는 넘어야 한다. 비양도 인근에서도 역시 수심이 35m 지점까지 내려가야 볼 수 있다. 또 개체수도 많지 않다. 문섬 남동쪽 수심 35m 지점에서 대형 연산호를 볼 수 있었지만 몇 년전 태풍 이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대형 맨드라미 산호와 길쭉예쁜이해면

하지만 사수동 앞바다에서는 수심이 26m에 지나지 않고, 바오밥나무처럼 큼직한 대형 연산호와 해송들이 밀집해 있었다. 이번 포인트를 안내한 김선일 강사는 "제주시권 지역에서 이처럼 많은 대형 연산호를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며 "게다가 수심도 26m로 다이빙이 편해 여름이면 수중촬영을 하려는 다이버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고대로·최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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