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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
제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바라며
입력 : 2014. 01.28. 00:00:00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인이 다른 지방에 살다 보면 꼭 이런 부탁들을 받는다. 사람들이 모르는 제주의 숨은 명소를 가르쳐달라, 제주어를 들려줘봐라 등등. 그런 부탁을 받을 때마다 별 생각 없이 내가 아는 숨은 명소들을 추천해주고, 간단한 제주어를 들려준다. 그러나 매번 비슷한 레퍼토리로 앞의 부탁들에 응하는 편이라서 '내가 제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여기까지 밖에 안 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문득 들 때도 있다. 제주에서 20년 넘게 살았던 나지만 제주에 대해 '뭔가를 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제주에 관련된 인문서적들을 많이 들춰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책들의 저자들 중에는 타 지역 출신이면서도 제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대체로 제주의 전통생활양식, 무속신앙, 여성사, 민중사 등이다. 그들의 작업은 때로 제주인들도 잘 알지 못했던 제주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제주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편집'해서 보여주고 있다. 저 고리타분한 관심사들이 현재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제들인가. 이 저자들의 시선이야말로 한국의 지성인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의 시선과 무엇이 다른가. 그들은 그들의 정치적 글쓰기를 위해 제주의 어떤 단면만을 끌어들였을 뿐 제주에서의 생활, 현대의 제주 등 제주인에게 도움이 될 주제들은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다.

동양의 작은 점에 불과할 지라도 제주는 한없이 넓은 섬이다. 오름만 해도 360개가 넘는다. 그 오름들을 하루에 하나씩, 안 가본 길로도 간다고 친다면 몇 십 년은 걸려야 그 오름들을 나름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는 관광지로도, 무속신앙으로도, 여성사로도 대표될 수 없는 넓은 섬이다. 제주는 그저 제주일 뿐이다. 그리고 제주인은 그저 제주에 있기에 그곳에서 살아갈 뿐이다.

제주에 대한 새로운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할 때고, 이미 타 지역의 중앙집권적인 시선을 경험했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이 제주에서 생활을 꾸려나가는 제주인에게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그 접근에 애향심이 끼어들어선 안 된다. 애향심은 대상에 대한 감정의 균형을 흩뜨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한 감정일 뿐이다. 고향이란 단어 또한 의심스러운 단어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은 시간에 따라 변화되기 마련인데, 고향이란 단어는 어느 한 풍경(보통 비현실적으로 미화된)을 고정시켜 '이곳만이 고향이다'라고 정하기 때문이다. 그 풍경은 있는 그대로가 아닌, 이미 자신의 욕망이 개입된 편집된 풍경이다. 축축한 애향심 대신 담담한 눈으로 제주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진 이들이 필요하다. 그들이 그 시선으로 옛날 옛적 이야기 말고 지금 제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바라보고 써주었으면 한다.

<양은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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