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한라광장
[한라광장]미술관의 역할 하나, 교육에 대한 소고
입력 : 2014. 02.18. 00:00:00
20년 전쯤 칼 안드레(Carl Andre)의 작품 '81 CuFe'(1981)가 우리나라에서 전시된 적이 있었다. 81개의 철판과 구리판을 번갈아 바닥에 깔아놓은 이 작품은 관람객들이 작품 위를 밟고 지나갈 때 완성된다. 이것을 알았던 필자는 당시 전시장에서 오히려 큰 망신을 당했다. 작품을 밟으려는 순간 미술관측에 의해 강한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작품 위를 걸어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필자는 한순간 예술작품을 함부로 대하는 교양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철저하게 보호된 '81 CuFe'을 고전작품을 감상하듯 바라보아야 했다. 몇 년이 지나 유럽에서 '81 CuFe'를 다시 만났을 때 옛 기억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한 발을 작품 위에 올려놓았다. 나의 행위를 제지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었다. 지난날의 한을 풀기 위해 '81 CuFe' 위에서 한참을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칼 안드레의 작품 위를 왜 걸어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의 작품은 고전작품과는 왜 다른 방식으로 체험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람객이 그저 작품을 바라본다고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81 CuFe'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니멀아트와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고, 직접 작품 위를 걸어봐야 한다. 이러한 현대미술에 대한 교육은 미술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세계 2차 대전 후 미국이 현대미술을 주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술관들이 현대미술 작품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여러 지역에 미술관들이 건립되면서 일반인들이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으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미술은 우리에게 어렵다. 미술관이 교육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전시 관람에 대한 교육도 미술관에서는 필요하다. 관람문화에 대한 논의 가운데 일반인들의 낮은 관람수준을 탓하는 이들이 있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부주의한 관람객들에 의해 작품이 손상되거나, 관람예절을 모르는 관람객이 다른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떤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도자기를 실수로 깨트렸는데, 너무 놀라 도망을 갔다고 한다. 담당큐레이터에 따르면 깬 사람이 명확해야 보험을 처리할 수 있는데 깨트린 사람이 사라져 무척 곤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의 책임이 관람객에게 있는지는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관람객이 도자기가 보험에 들어있었던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도망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대미술을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작품과 전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전시를 관람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이 관람예절을 모르고,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미술관은 일반 관람객들에게 전시를 보는 태도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술관에는 전시에 대한 안내문과 도슨트가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는 시간이 있으나 이것으로는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