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요논단
[월요논단]문화·예술의 향유와 가치
입력 : 2014. 02.24. 00:00:00
[월요논단] 최근 제주에 문화, 예술에 대한 인식과 정서가 고양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왜냐 하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삶의 질이 풍요로워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문화, 예술의 가치가 삶의 현장과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득 걱정스러운 것은 '문화'와 '예술'을 재화 가치로 변용하려는 의도가 자칫 문화의 전통성을 간과하고 예술의 본령을 가벼이 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문화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 양식을 말한다. 제주의 문화를 보고 느낀다는 것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것들을 통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제주인들의 삶과 의식을 현장을 통해 보고 느끼게 된다고 해야 옳다. 흔히 극장에서 재연되는 것으로 문화를 말하기 쉬운데, 이것은 문화에 대한 관점이거나 행위의 주체에 의해 재구성한 부분적인 문화의 형상화에 불과하다.

다만 그런 형상화, 예술은 문화를 바라보는 한 관점일지라도 깊이 있는 반성을 유발하거나 새로운 삶의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촉매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와 별개의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니까 특정한 공간에서의 공연과 재연은 문화가 아니라 문화를 바라보는 예술적 행위인 셈이다. 물론 예술이 이 범주 안에만 갇혀있다는 말은 아니다. 예술이 문화를 이끌어가기도 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문화의 여러 모습들을 구체화해나가는 일도 하게 된다.

지난 몇 년 간 '새별오름'에서 '들불축제'가 행해지기도 했었다. 그곳을 찾아가서 제주 문화를 찾고 보고 느꼈다고 한다면 문화에 대한 왜곡이다. 이미 제주인들에게 '들불의 의식'은 전통으로서 단절이 된 지 반세기를 넘기고 있다. 그것이 오랜 삶의 모습이기는 했어도 오늘날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 전통적 의식으로는 그 의미가 사라지고 말았다. 만약 제주도 차원에서 이 행사가 관광객 유치와 관련된 문화, 예술의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어쩌면 어른들의 불장난에 지나지 않은 일이 아닌가.

최근 '문화 융성'이란 말이 국정지표로 제시되었다. 문화예술이 가진 가치 생산적 기능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는 말이라는 점에서는 반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를 통해 창조 경제를 견인하게 된다는 발상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문화와 예술에 대한 근본적 왜곡을 가져오게 할지도 모른다. 특히 제주도는 관광 수익의 요소를 문화콘텐츠와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관광 상품으로 유명한 서귀포, 중문, 성산포 그리고 모슬포 권의 자연 환경적 조건만으로는 그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지만, 문화와 예술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 아닌 재화 창출을 그 우선으로 한다면 이 또한 그 한계 상황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 아무리 훌륭한 전통 문화가 있었다 하더라도 오늘날 우리의 삶에 의미가 되지 못한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순리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 전통 문화를 우리가 향유하고 있지 않다면 이미 그 가치를 상실해버렸다고 해도 좋겠다. 문화콘텐츠며 창조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예술 또한 우리가 지금 향유하고 있는 문화와 예술에서 찾아야 한다. 향유되지 못하는 문화와 예술은 그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옛것이 사라지기도 하듯이 오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떨까. 도와 국고의 지원에 기대어 있는 예술 창작의 문제도 자생적 능력에 의해 생산된 창작물들의 가치가 두루 향유되고 공유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문화와 예술이야말로 가치를 나누는 진정한 향유가 되는 것은 아닐까. <좌지수 시인·문학평론가>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