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강사윤 제주대학교병원 신경과 "삶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근 지인을 통해 만난 환자의 호소가 계속 귓가에서 맴돌고 있다. 도외에 거주하는 분으로 타 병원에서 근위축측삭경화증(일명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내게 조언을 요청해 만나게 됐다. 진료기록을 검토하며 타 병원의 진료 행위에 기분이 언짢기도 했지만 진단에는 이의가 없었다. 진료실이 아닌 사석에서 만난 환자는 자신의 고통과 미래의 불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질환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 대면하는 분이지만 마음이 아팠다. 나 역시 대학병원에서 같은 질환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진단을 내렸지만, 익숙한 방식으로 기계적인 전달에 그치지 않았는지 후회가 밀려온다. 환자가 직면하게 될 어려움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당사자의 정신적 고통까지 헤아려주지 못했기에 자괴감을 느꼈다. 이번 만남으로 진부하지만 좋은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물론 좋은 의사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천하며 문화적,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 또 의사와 의료수요자인 환자의 관점에서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공통적인 개념에는 높은 수준의 임상적 능력과 환자의 입장에서 아픔을 공감하는 환자중심적인 의사가 포함될 것이다. 국내 연구 중 흥미로운 점은 환자들이 좋은 의사의 자질로 '꼭 필요한 검사와 처방만 하는 것'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의료계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을 반영하는 매우 현실적인 요구로 이해된다. 모든 의사들이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기성 의료인은 학생이나 수련의 과정에서 좋은 의사나 의료제도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다행인 점은 의대 학생들에게 의료윤리를 비롯한 직업전문성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의료체제에서 환자들이 원하는 좋은 의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것이 변명으로 치부되지 않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의료정책에 관심을 갖고 개선시키려 노력하고, 타인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와의 신뢰 관계가 회복되고 의료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인정 받는다면 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의사들의 주장에 전 국민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강사윤 제주대학교병원 신경과>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