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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광장] 잠시 고개 내민 따스한 햇살에 봄이 온 것 같다가도 때때로 매서운 바람이 몰아쳐 여전히 끝나지 않은 겨울인 듯도 한, 삼월. 그렇게 삼월은 봄과 겨울이 뒤엉켜 따뜻함과 스산함이 동시에 몸속으로 엄습해 오는 달이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시간은 늘 같은 속도로 흘러 어김없이 봄은 당도하겠지만 한 번씩 옷 속으로 파고드는 찬바람은 서둘러 봄을 마중 가고픈 마음을 부추기곤 한다. 그럴 때면 꽃 마중을 나가보자. 제주는 내륙보다 봄이 일찍 당도하는 곳이라 삼월이면 이미 곳곳에 핀 유채며 매화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한라산을 비롯한 중산간은 여전히 앙상한 가지로 마지막 추위를 꿋꿋하게 버텨내고 있을 터이다. 그곳에 아직 녹지 않은 언 땅 위로 해마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작지만 아름다운 꽃, 복수초가 있다. 초록잎과 노란꽃이 대비를 이뤄 작지만 화려한 복수초는 주로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비자림까지 군락을 이룬다. 또한 원일초(元日草), 설연화(雪蓮花), 빙리화(氷里花), 정빙화(頂氷花), 측금잔화(側金盞花)부터 순우리말 얼음꽃, 얼음새꽃, 눈색이꽃까지 그 이름들도 다양한데 연상되는 눈과 얼음에서 느껴지듯 겨울의 끝자락에 홀로 피어나는 강인한 꽃임을 알 수 있다. 복수초의 학명은 Adonis amurensis. 재미있는 것은 꽃말이 동양과 서양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동양은 '영원한 행복', 서양은 '슬픈 추억'인데 그 의미는 꽃에 얽힌 전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명에서 알 수 있듯 서양에서는 그리스 로마신화 아프로디테와 페르세포네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아름다운 청년 아도니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산짐승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흘린 붉은 피에서 피어난 꽃이 복수초이고 그래서 꽃말이 '슬픈 추억'이다. 동양에서는 일본 아이누족 이야기가 전해진다. 크론이라는 아름다운 여신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크론을 용감한 땅의 용신에게 시집보내려 했다. 하지만 크론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결국 그들은 사랑의 도피처를 향해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하지만 머잖아 아버지에 의해 붙잡히고 화가 난 아버지는 크론을 꽃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꽃이 복수초이고 그들이 찾아 나선 '영원한 행복'이 꽃말이 된 것이다. 절물자연휴양림의 복수초는 주로 삼월 중순에 만개하는데 그보다 먼저 복수초를 보고 싶다면 민오름을 추천한다. 절물자연휴양림 맞은편 생태숲길로 들어서면 민오름으로 오르는 산책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른 가지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소리가 전부인 인적 드문 겨울 산에서 흡사 황금빛 융단을 깔아놓은 듯 꿈결 같은 꽃길이 펼쳐진다. 덤으로 복수초와 같은 시기에 피어나는 변산바람꽃도 찾아보자. 변산바람꽃은 크기도 작고 화려하지도 않아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발걸음을 내딛다 보면 순백의 잎에 우아한 족두리를 올린 듯 보라색과 노란색 수술로 이뤄진 변산바람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은 스산한 계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꽃길 걸으며 '슬픈 추억'이 아닌 '영원한 행복'을 위한 '아름다운 추억' 한 조각 노란 꽃잎위에 살포시 풀어놓고 오는 건 어떨까. <김윤미 서귀포시 귀촌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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