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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
나이가 들수록 그리운 것
입력 : 2014. 03.11. 00:00:00
[한라광장] 입춘이 지나 봄비가 내리고 꽃들이 조금씩 미소를 짓는다. 성큼 다가온 봄을 시샘하듯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보지만 곧 자연적 순리에 순응하게 될 것이다. 봄이 오면 유난히 꽃을 좋아했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2002년 갑작스런 병환으로 돌아가신지 어느듯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월이 갈수록 조금씩 무뎌져 갈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가슴에 깊이 새겨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부모님'이라는 고귀한 단어다. 추운 겨울을 지나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 오면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을 사들고 산소를 다녀오곤 하는데, 제주에 내려온 후 자주 찾아가질 못했다. 매번 산소를 갈 때면 가게에 들러 꽃과 함께 꼭 사가지고 가는 것이 사이다와 커피다. 커피는 아버지께서 자주 즐겨 마시던 것이고 사이다는 어머니가 가끔 마시던 것이다.

어머니는 가끔 나에게 사이다를 좀 사다 달라곤 하셨다. 철없던 시절 그땐 잘 몰랐었다. 어머니는 왜 가끔 사이다를 사다 달라고 하셨는지를…!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인해 한평생 고단한 삶을 살아오신 분. 몸과 마음을 많이 다쳐 병이 나셨는데도 자식들에게 아프다는 말씀한번 잘 하지 않으셨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속이 불편할 때면 "사이다를 좀 사다주지 않을래?"라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속이 불편하거나 소화가 안 될 때면 사이다를 마신 것이다. 여기서 사이다가 의학적으로 그렇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중요치 않다.

아무튼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약국으로 달려가 소화제를 사다 드렸어야 했는데도 그렇게 사이다를 사 가지고 왔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그러하신 듯하다. 자식이 걱정할까봐 "소화제를 좀 사다줄래?"라고 잘 말씀하지 않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아오신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려 간다는 의미인 것 같다. 철없던 시절엔 잘 몰랐었던 것들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으니 말이다. 살아계실 때 마음을 다해 모시지 않으면 안된다. 돌아가신 후에 효자난다는 말은 다 부질 없는 일이니 후회해도 이미 때가 늦어버린 것이다.

논어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어느 날 공자 제자 중 맹무백이 효(孝)에 대해서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기를 父母唯其疾之憂(부모유기질지우)라.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까를 걱정한다'는 뜻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깊은 사랑을 말씀하신 것이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면 평소에 네 자신의 건강을 잘 지켜서 근심과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가장 큰 효의 실천이라고 말씀하신다. 부모님이 주신 이 몸을 상하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건강을 잘 지켜 가야겠다.

지난번에 갔을 땐 어머니께서 평소 즐겨 부르셨던 애창곡 중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한 자락을 처음으로 불러 보는데, 갑자기 뿌옇게 눈물이 고여서 끝까지 다 부르지 못했지만, 따스한 봄날에 보고픈 마음을 담아 다시 불러 드려야겠다. 고단한 삶이었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셨던 고운 모습에 감사의 눈물이 나네요.

당신의 사랑을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야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운 건 부모님이니 못다한 마음 때문이 아닐는지…! <박수호 스마일청춘 교육문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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