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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멍돌이를 부탁합니다
입력 : 2014. 03.13. 00:00:00
[하루를 시작하며] "이모! 전화기 잠깐만요…" 이웃집 윤경이다.

"엄마, 나 윤경이…저, 골목까지만…제발, 제바알…!"

필경 올레 어귀에 또 멍돌이가 어슬렁거리고 있는 게다. 큰길가에 있는 우리 꽃집에서 윤경이네 집에 가려면 꽤 긴 골목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윤경이는 하교 길에 가끔 전화기를 빌리러 우리 가게로 온다. 유치원을 다닐 때 쯤부터 그랬는데 아직도 그 멍돌이가 무서운 거다.

윤경이가 우리 가게에 들러 전화기를 빌릴 때면 매번 나는 그 때가 생각난다. 심지어 종아리 그 부분에 아릿한 통증을 느낀다. 딱 고만했을 때, 이웃집에 놀러 갔다가 나오는 길에 강아지가 따라와 종아리를 문 적이 있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너무나 놀라서 그 이후부터 아직도 나는 조그만 강아지도 무섭다.

사람들을 반겨 그런다는 걸 알면서도 발길 주변에서 쫄랑거리고 따라붙으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말할 것도 없이, 덩치 큰 개는 정말 너무너무 무섭다. 어른이 되고도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서야 겨우, 어슬렁거리는 개들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 방법이란 게 뭐 특별한 것은 아니고 그저 눈길주지 않고 내 갈 길을 간다는 것. 등골이 오싹하고 식은땀이 날지언정, 나는 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든 촉을 세워 뒤를 경계 주시한다. 어느 정도 그쪽에서 나에 대한 관심을 거둘 때까지.

마당에서 기르는 개는 제발 매어두었으면 좋겠다. 진종일 매어 두는 게 불쌍하다면 직접 줄을 끌고 운동도 할 겸 산책을 다니시라. 덩치 큰 개를 마구 풀어놓는 일은 불특정 다수에게 테러를 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주인님은 전혀 그럴 생각이 아니시겠지만. 그리고 떠돌이들이 많은 건 버려지는 개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적 갈 데 없는 강아지가 들어온 적이 있다. 길 건너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이웃에 눈치보여 기를 수 없게 된 한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맡겼다. 우선은 아이들이 좋아하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다는 이유로 떠안기는 강아지를 얼떨결에 맡기는 했는데 그 날부터 걱정이 시작되었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였지만 참 딱하게도, 나는 무서워서(?) 집안에 들여놓을 수도 없었고, 집안에서만 살던 애완견을 흙바닥이었던 마당에 내 놓아두고 '막 기르기'도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씻기고 먹이고 치워주는 일이 고스란히 내 일이 될 지경인데 도저히 할 자신이 없었다. 가게일을 하면서 내 아이 둘을 키우는 것만도 벅찼으므로.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손대어 돌볼 수 없는 이 동물을 어찌해야 할지…. 마침 가게에 놀러 왔던 한 가족에게 다시 입양을 보냈다. 나보다는 잘 돌봐 줄 수 있을 것 같아 보냈는데, 딸에게 얼마나 원망을 들었던지!

10년도 지난 일인데 지금도 가끔 그 얘길 한다.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이리저리 낯선 환경으로 옮겨다니며 느꼈을 극도의 불안감을 생각해보면 강아지에게 참 미안한 일이었다. 그렇게 금방 보낼 것이었으면 애초에 맡지 말걸 그랬다. 집에 혼자 남겨져 종일 식구들을 기다리는 개는 심각한 분리불안증을 느낀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자기 필요나 감정에 따라 쉽게 취했다가 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버려지는 정과 양심들이 컹컹거리며 동네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개를 기르고 싶다면 유기견을 입양해서 키우는 것도 방법이 되겠다. 반려견을 집에 데려온 그 날부터 반려인간이 되어 나머지 일생을 함께 해 주기로 하자. 부득이한 경우에도 버리지는 말자. 제발. 멍돌이를 부탁합니다.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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