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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25시]최고층 빌딩이 고작 하는 일이라곤…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4. 03.18. 00:00:00
"브랜드도 가격도 놀라지 마세요!", "롯데시티호텔 이번 초대전에 와보세요! 기가 막힙니다."

요즘 신제주지역 롯데시티호텔제주 인근에서 볼 수 있는 의류할인행사 불법광고물에 적힌 글이다. 주택과 상가는 물론이고 학교 담벼락까지 점령한 이 광고글은 마치 호텔이 행사를 주최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유인한다.

행사에 나오는 제품은 모두 생산년도가 오래돼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가격은 시중가의 10~20% 수준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제주도 최고층 건물로 지난달 개관한 호텔이 주최하는 행사로 오인해 몰려들고 있다.

소비자들은 한집 건너 한 장씩 붙어 있는 불법광고물에 세뇌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쓰레기 문제로 골치 아픈 제주시는 민원이 급증하자 공공근로인력 등을 동원해 제거하고 있지만 워낙 많이 붙여놓아 역부족이다.

롯데시티호텔은 주민과의 불화와 지역 기여도, 고도 완화 등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투자진흥지구 지정계획 심의가 보류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허락한 것은 문제가 모두 해소됐기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지역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그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번 행사는 대기업이 지역에 미치는 악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호텔 인근 스포츠의류점 등은 매출이 크게는 50% 이상 하락했다며 대기업이 지역상권을 말살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행정은 불법광고물을 제거하느라 2중 3중의 고통을 떠안고 있다.

호텔 측은 단지 연회장을 대관해 대관수입만 얻는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돈벌이만 되면 지역사회는 아랑곳없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불법광고물의 광고문구처럼 놀랄 일이고, 기가 막힐 일이다. <표성준 사회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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