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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베트남 봉사기
입력 : 2014. 04.04. 00:00:00

강영준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제주도에 아내와 네살, 세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온 지도 10년이 됐다. 처음에는 그저 신비로운 땅,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제주도에서 나그네처럼 지냈다. 그러다 이전부터 봉사를 꾸준히 해나가던 선배로부터 봉사활동의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의사가 갖는 사명감이 나를 일깨웠다.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총장님과 여러 교수님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덕분에 아라해외봉사단이 4년 전에 발족해 필리핀과 라오스로 이어졌고, 2014년에는 베트남으로 봉사현장이 정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가보는 사회주의국가라는 점에서 새로운 긴장과 흥분을 일으켰다.

그리 길지 않은 4시간 30분의 비행여정 끝에 차가운 베트남 밤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여 마시며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포장한 듯 안한 듯 끝없이 이어지는 편도 1차로의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우리나라의 산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베트남의 모습에 친숙함을 느꼈다. 먼 산에서 가까이로 눈을 돌려다보면 아무런 장식이나 페인트칠마저 없는 소박한 집과 형형색색의 원색과 장식물로 어우러진 조상을 모시는 사당과 무덤이 대비를 이뤘다.

도착한 학교에는 예쁜 색색의 화려한 천으로 천막을 쳐놓았고 얇은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은 슬리퍼를 신고 천진난만하게 뛰어놀고 있었다. 봉사단을 위해 한 쪽 교실을 비워준 덕분에 외과, 내과, 소아과, 약국을 널찍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베트남대학의 한국어과 학생들의 열심어린 통역은 아이 손을 잡고 방문한 엄마의 간절한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풀어주었다. 우리나라처럼 의사를 쉽게 보지 못하다보니 수축기 혈압 200㎜Hg가 넘는 고혈압 환자도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초기에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 방치된 환자들이 있었다. 충분하지 못한 영양 덕에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두살은 작아 보이는 베트남 아이들을 진료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부족한 것 없이 풍요로움에 쌓여있는 내 자녀들을 떠올리며 이 아이들을 바라보니 마음 한 구석에 죄책감마저 든다. 거친 손마디와 왜소한 체구를 지닌 노인을 보며 혹시 이분들이 고엽제의 희생자는 아닌지, 전쟁을 거치며 가족을 잃은 가슴 아픈 사연을 묻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해진다.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며 인종이 다르고 얼굴색이 다른 차이는 어느새 희박해지고 같은 땅과 하늘아래 살아가는 한 사람임을 느낀다. <강영준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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