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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를 시작하며] 지난달 29일은 독서문화기행이 예정된 특별한 날, 소풍 기다리듯 설레었는데 하필 비라니, 그러나 애써 잡은 날이라 미룰 수가 없다. 우리는 하늘 탓을 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표정들을 보니 날 택일에 대한 아쉬움이 역력하다. "우리가 좋은 날을 선점했는데 봄비가 우리 따라 내리는 겁니다." 오늘 기행이 야유회가 아닌 책이 테마이니 빗속여행도 운치 있지 않겠느냐고 억지 역설을 폈더니 웃음으로 화답해준다. 역시 책으로 소통하는 분들이니 공감력도 높이 살만 하다. 우리는 약점을 강점으로 살리며 첫 코스인 갑 마장 길 가시리로 향했다. 이번 기행은 단순 독서가 아니라 책에 소개된 역사문화의 현장을 돌아보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입체 독서활동이다. 우리 위원회에서는 해마다 시민의 책 30권을 선정하고 이 중에서 'One City One Book'이라는 이름으로 대표 도서를 정하여 북 콘서트나 세미나 등 집중조명을 해왔다. 금년 대표도서는 유홍준의 제주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다. 저자는 각종문헌과 현장 답사를 통하여 역사 문화 전통 등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제주문화의 향기를 유려하게 퍼올린다. 일부 내용엔 다소 편향적 시각도 있지만 인류문화사적 관점으로 빼어난 제주문화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제주학이라는 거대 담론을 제공해준다. 마침 대표도서가 독서기행에 안성맞춤이 아니던가. 소리없이 봄비는 계속 내린다. 아마 생명수로 내리는 봄비가 대지를 일깨우고 화사한 봄꽃을 피워낼 것이다. 이날 독서기행엔 양기휴 선생님을 모셨다. 해박한 지식과 언변으로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차분했던 분위기는 고조된다. 이어 도착한 곳은 조랑말 박물관, 제주말의 역사와 헌마공신 김만일 이야기, 보도 듣도 못한 실물자료들이 눈길을 끈다. 제주 선인들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애환은 어떠했는지, 그런 삶이 오늘에 와서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말이 노닐던 한라산 기슭이 아득하다. 올해는 마침 청마의 해라니, 호연지기를 꿈꾸며 청마를 타고 저 갑마장 들판을 내달리고 싶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도착한 곳은 4·3 아픔이 서린 다랑쉬오름 입구, 제법 비가 바람을 탄다. 달도 쉬어간다는 정상에 올라 포효하고 싶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선다. 그 대신 이동하는 버스 속에서 4·3에 얽힌 이야기, 생생체험을 곁들인 해설에 모두 가슴 아파하며 도착한 곳이 하도 해녀박물관이다. 이 곳 역시 절절한 삶, 역사의 현장이다. 전시된 내용들을 돌아보노라니 제주 해녀들의 삶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그들의 전천후 경제활동! 그 강렬한 생활력은 어디서 온 걸까? 그걸 모성이라 하는가? 해녀 공동체의 힘과 항일운동에 얽힌 사연은 또 얼마나 아프고 뭉클한가? 그들이 지켜온 제주! 오늘의 제주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불과 50년 전에 비하면 너무 풍족하다. 넘쳐도 모자라다 아우성, 요즘은 물자가 넘쳐서 병이 된다. 해녀들에게서 삶을 알고 인생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제주해녀가 빛난다. 내년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라니 또 하나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배가 고프다. 마음이 기쁘니 점심도 맛있다. 음식은 혀가 아니라 머리로 먹어야 한다. 흡족한 마음으로 조천을 찾았다. 이 곳은 조천포가 있는 제주의 옛 관문이다. 관리, 유배객, 장사꾼들이 드나들던 곳이기에 서린 이야기도 많다. 유배객들에 대한 비화, 숙연함이 절로 깃드는 항일기념관의 상념을 어찌 다하랴. 선생님의 토씨 하나 빠뜨림 없는 리얼 해설은 책에서 맛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애써 준비하신 이야기를 다 들어들이지 못함이 도리어 미안하다. 돌아오는 길, 예정에 없던 원당봉과 삼양 선사유적지를 둘러보며 책에서 읽었던 문장들이 다시 살아나와 춤춘다. <이경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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