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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광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은 자라고/ 추억과 정욕이 뒤엉키고/ 잠든 뿌리는 봄비로 깨어난다/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메마른 구근으로 작은 생명을 키웠으니…(생략)" T.S 엘리엇의 詩 '황무지' 중 일부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하고 무기력한 상태 속에서 새싹이 올라오고 꽃이 피어나는 4월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시이다. 때문에 이 시에는 4월의 아름다움이나 고상한 언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온 몸이 절망의 늪에 잠겨있는 사람들에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밀어올린 꽃들은 희망이라 하기엔 참으로 잔인했으리라. 그러한 절망을 겪어보지 않은 까닭에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웠던 이 시가 나의 심저에 올곧이 스며들었던 적도 없었다. 그러한데 요즘 파릇한 초록 잎을 봐도, 눈부신 햇살을 봐도, 환하게 피어난 꽃을 봐도 이 시가 머릿속에서 맴도는 이유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 때문일 것이다. 지난 역사 속에서도 4월은 잔인했다. 1861년 4월 10일 미국 남북 전쟁이 발발했고, 1865년 4월 미국 증기선 설타나가 침몰했으며 그 유명한 타이타닉호 또한 1912년 4월 15일 침몰하여 1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현대사에 최초의 대량학살로 기록되는 아르메니아 학살 역시 1915년 4월이었다. 비단 세계역사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도 4월은 핏빛 얼룩이 가득하다.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 의거, 1948년 4월 3일은 민간인 학살의 총성이 시작되었고, 1960년 4월 19일에는 부패한 이승만 정권에 맞선 시민과 학생들이 혁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 모든 것은 사람의 잘못이었고 인재였다. 2014년 4월 우리에게 잔인한 기억하나가 더해졌다. 아직 인생의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한 어린 친구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와 함께 차디찬 바다에 수몰되었다. 천재지변도 자연재해도 아니었다. 사람의 잘못이었다. 안타까움과 분노, 좌절감과 무기력함으로 뒤범벅된 4월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모든 국민이 기적을 기다리며 저마다 마음 한 곳에 노란 리본을 품고 있지만 아직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아는지 모르는지 바다는 매정하게도 거친 물살로 비통한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밀어내고 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봄은 가고 여름이 오고 계절은 돌고 돌 것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사람은 늘 그렇듯 하루하루 일상의 견딤이 계속 될 것이며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따라 4월의 아픈 기억은 조금씩 잊혀지게 될 것이다. 허나, 우리에게 어려운 숙제가 남겨졌음을 잊지 말자. 그 숙제는 비록 막막하고 어려우며 시간이 오래 걸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되돌아봐야 하고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며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차가운 바다 속보다 따뜻한 4월의 지상이 더 시린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매년 꽃피는 4월이면 붉게 피어나는 꽃 따라 가슴에 맺힌 피멍도 함께 피어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김윤미 서귀포시 귀촌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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