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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반포지효의 의미를 되새기며
입력 : 2014. 05.08. 00:00:00
[하루를 시작하며] 엊그제 아이들과 함께 한라산을 오르게 되었다. 어른도 힘든데, 군소리도 없이 따라오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미안감이 앞섰다.

가다가 지쳐 보이면, 손을 잡아 주기도 하고, 물도 건네면서 달래기도 하였다. 때마침 만난 큰부리까마귀도 자신의 새끼를 키울 때는 지극정성으로 키운다면서, 걷는 내내 독려해 주었다. 혹자는 까마귀는 불길한 징조를 예언하는 흉조라고 하지만, 사실은 인간 세상의 길흉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온 생물이다.

진(晉)나라 무제(武帝)가 이밀(李密)에게 높은 관직을 내리지만 늙으신 할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관직을 사양하게 된다. 무제는 이밀의 관직 사양을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심정이라며 크게 화내면서 명령을 내린다. 그러자 이밀은 자신을 까마귀에 비유하면서 "까마귀가 어미새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날까지만 봉양하게 해 주십시오"라는 진정표(陳情表)를 올린다. 어린 까마귀가 어미새에게 먹이를 되먹이는 모습을 반포(反哺)라고 하는데, 이를 극진한 효도로 여긴 것이다.

어린 새들은 둥지에서 부화해서 독립할 때까지 어미새로부터 충분한 먹이공급과 세심한 보살핌을 받는다. 야생에서 어린 새들이 자신보다 몸집이 큰 새와 경쟁해서 먹이를 차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사정은 누구보다도 어미새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새끼들이 성장하는 동안 자기 임무를 다한다.

보통 까마귀들은 자기 새끼들에게 갖다 주기 위해 먹이를 목구멍 아래에 있는 모이주머니에 넣는다. 어느 정도 먹이를 삼키게 되면 모이주머니가 불룩하게 불어나오며, 곧바로 어린 새끼들이 있는 둥지나 주변 나뭇가지로 날아간다. 아기새들은 필사적으로 어미새를 따라다니며 먹이를 조르거나 부리를 크게 벌린다.

어미새는 본능적으로 아기새의 입안 붉은 빛깔을 보고 먹이를 토해내 입 속으로 갖다 준다. 이때 어미새가 먹이를 아기새의 입안 깊숙이 집어넣어 주지 않으면 다른 녀석들한테 먹이를 빼앗길 염려가 있다. 어미새의 부리가 아기새의 부리에 꽉 물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아기새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어미와 새끼의 몸 크기가 비슷해지며, 언뜻 보면 아기새가 더 커 보이기도 한다. 이때 어미새의 부리가 아기새의 입안에 놓인 광경을 보고, 옛 사람들은 아기새가 먹이를 구해와서 어미새에게 전달해주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반포지효(反哺之孝)는 바로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사실은 생태적 오해이다. 다 자란 새끼들이 어미새를 되먹이는 습성으로 착각하여, 사람들은 까마귀를 효의 상징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야생에서 새들이 홀로 독립할 때까지는 어미새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미새들은 번식 과정에서 닥칠지 모를 모든 위험적 요인을 이겨내야 하며, 그중에서 먹이 제공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소형 조류들은 둥지를 떠나면 거의 곧바로 먹이를 찾아 나서지만, 몸집이 큰 새들은 둥지를 떠나서도 어미새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슬픔으로 가득한 5월이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그 어떤 위로의 말이나 글로도 대신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수학여행에 오른 단원고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정신적 충격도 참담할 정도이니, 눈물이 마르지 않는 잔인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백록담 정상에서 울부짖는 큰부리까마귀를 보고 있자니, 못 다한 효도를 뒤로 하고 떠난 아이들의 넋을 삼켜 버린 바다가 한없이 원망스럽다.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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