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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술자리 약속이 있어 택시를 탔었다. 조금 먼 거리라 무료함도 달랠겸 기사에게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대뜸 돌아온 대답은 "도통 관심없다"였다. 그 이유인즉 "대통령이든 도지사든 상위 30%를 위해 일하지 자신과 같은 서민들 삶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진위(眞僞) 여부를 떠나 갑자기 머리가 띵했다. 택시에서 내려 곰곰이 생각하니 기사의 말이 어쩌면 맞는 것도 같았다. 선거 때가 되면 납작 엎드려 표를 구걸하다가도 당선 이후엔 군림(君臨) 모드로 표변하는 게 우리들 눈에 비친 정치 지도자들이다. 택시 기사의 푸념처럼 평소 '낮은데로 임하는' 정치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면서 불현듯 프란치스코 교황(敎皇)이 떠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중동(中東)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과 관련 언론들은 '교황의 파격 행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파격(破格)'은 요르단 방문을 마친 다음날 25일 헬기를 이용해 팔레스타인 영토인 베들레헴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전임 교황들과 달리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거치지 않고 서안지구에 바로 들어간 것이다. 교황의 파격은 공개 미사장소인 구유광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분리장벽'에서도 이어졌다. 분리장벽(分離障壁)은 이스라엘이 지난 2002년부터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에 건설한 거대한 장벽을 말한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국가 안보'를 상징하지만 팔레스타인들에겐 '점령의 산물'이다. 교황은 차에서 내려 5분간 장벽 앞에서 기도를 드렸다. 그 벽에는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팔레스타인에 평화를'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를 두고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상원의원의 말을 빌려 "교황이 장벽에서 기도하는 장면은 세계에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정책)'에 대한 반대 이미지를 영원히 남기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의 파격 행보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요르단에선 국왕(國王)의 만찬 초대를 사양하고 시리아 난민들과 같이 했다. 교황의 공식 대표단에 이교도(異敎徒) 2명(유대교 랍비와 무슬림 지도자)을 포함시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종교 초월은 '바위돔 사원(황금사원)'을 찾은데서도 잘 나타난다. 이 사원은 이슬람교의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바위 자리에 세워진 것이다. 언론은 이를 가리켜 '파격 행보'라 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면목(眞面目)이 그대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교황은 소외받고 어려운 이웃과 늘 함께 있었다. 이 사회의 '정의(正義)'를 바로 세우는데도 앞장서 왔다. 다른 종교마저 기꺼이 포용하며 세상의 평화를 위해 다같이 노력하자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도 이런 덕목(德目)들이다. 군림이 아니라 낮은데로 임하는 자세, 이념이나 노선이 다소 다른 상대방도 껴안는 포용력, 그리고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몸으로 체득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인들의 도리이자 의무다. '6·4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어떤 후보를 뽑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와 가르침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후보를 선택함에 앞서 다시 한번 음미해 봤으면 한다. <논설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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