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한라광장
[한라광장]정권심판이 아닌 정치심판으로
입력 : 2014. 06.03. 00:00:00
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6·4 지방선거는 '투표에 나서겠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우리나라 국민 중 10명 중 9명이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지상파 3사의 여론조사 발표도 있었다. KBS, MBC, SBS 등이 전국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9.1%의 시민들이 투표참여 의사를 밝혔다. 특히 제주에서는 91.8%의 시민들이 투표참여 의사를 보였다. 이는 전국 각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번 투표는 현 정부의 첫 심판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야권에 대한 심판대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세월호 사건으로 현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났다"며 "책임을 다하지 않은 박근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각종 규제의 완화와 비상대응체계 부실 등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학여행 폐지,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 폐지 등을 발표하는 등 국민들이 요구하는 심도있는 대안이 아닌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장기적으로 봤을때 실효성이 없는 대책마련이 이어지면서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부와 보수언론에 의해 청해진해운, 구원파, 이준석 선장, 유병언 일가 등에 대해 '나쁘다'는 인식을 심고 있을 때 거대야당은 큰 힘을 쓰지 못했다. 피해자 가족을 도운 건 그들 자신들 뿐이었다. 누군가는, 정당의 실력은 사건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의제로 정립해내는 것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만을 두고 보면 야당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주위를 보면 지지하는 후보가 없어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기권도 엄연히 정치적 표현의 하나기에, 침묵을 통해 그들에게 일침을 가하겠다는 얘기다.

"선거란 누굴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랭클린 P. 애덤스가 남긴 이 말은 선거철 마다 끊임없이 회자되는 명언이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최선이 존재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선을, 또 차선을 선택한다. 정치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악만 존재한다면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을 뽑아주자. 그리고 우리의 한 표로 승리한 차악에게 우리는 일러주자. 당신이 최고이기에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그들에게 준 것은 침몰하고 있는 시민들의 희망을 건져낼 시대적 사명이라고 말이다.

세월호 사고를 맞은지 48일째, 문득 나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뒤져봤다. 꽤 잊고 있던 일이 많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기념행사 참여를 위해 버스를 타려다가 경찰들로부터 최루액을 맞았던 일,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음에도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던 일, 국민적 합의도 안된 주한미군 주둔비용 증액안 통과 등. 세월호로 무너진 희망에 분노로 점철된 소식들이 불을 부었던 나날들이었다.

모든 문제를 여당의 탓, 정권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야당의 탓도 있다. '고삐 풀린 망아지' 정치를 혐오한다고 우리 사회가 나아질까. 그들을 제대로 채찍질 하지 못한 시민들의 탓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권심판이 아닌 정치심판이 되어야 한다. <김명지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