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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 반 가까이 되어간다.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가 288명, 아직 배 안에서 꺼내지 못한 실종자도 16명이나 된다. 온 국민을 슬픔과 분노에 빠뜨린 이 국가적인 재난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 어른들이 앞으로 두고두고 갚아나가야 할 빚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 사회는 너무도 많은 일들을 겪어야 했다. 계속되는 오보에 사고 원인과 구조 활동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과 논란들,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비하하는 악성 댓글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이 총체적 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지도층 인사라는 이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그칠 줄 모르고 터져 나왔다. 그 가운데는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부회장이었던 조광작 목사도 있다. 조 목사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으로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소위 목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것도 이런 시국에 그 같은 말을 내뱉을 수 있는지. 단원고 학생들이 가난한 집 아이들이라는 것은 어디에서 나온 인식이며, 또 행여나 가난한 집 아이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서는 안 된단 말인가. 문득 몇 년 전 서울의 한 중학교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시 시 교육청에서 소규모 테마 형 수학여행을 시범 실시하면서 여행작가들에게 수학여행 컨설팅을 요청했는데 필자는 시 외곽에 있는 몇몇 학교들을 방문했었다. 이른바 잘 나간다는 '강남구 8학군' 학교들이 아닌 일반 서민들이 복작복작 모여 사는 '그저 그런' 학교들이었다. 그중에는 예전 판자촌 혹은 달동네라 불리던 동네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모두 재개발되어서 옛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학교에서 마주친 아이들은 그 나이 또래의 여느 아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쉴 새 없이 웃어대고 장난치고 뛰어다니고…. 잘 사는 집 아이들과 다른 건, 유명 브랜드 상표가 붙어있지 않은 차림뿐이었다. 수학여행 담당 교사가 필자에게 부탁한 건 딱 하나였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좀 많은 학교예요. 그래서 여행은 커녕 바다 한 번 보지 못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코스를 짜주셨으면 합니다." 그때 약간 당황했던 것 같다. 옛날도 아니고, 요즘 같이 현장학습이다 뭐다 해서 어릴 적부터 부지런히 아이들을 산으로 바다로 데리고 다니는 시대에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니. 어찌되었던 여행이라는 단어가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온 이 시대, 중학생 나이가 되도록 아직까지 '바다'를 보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는 건 그전엔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 교사는 돈이 우선시되는 사회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고 있을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은 생각에 '바다'를 생각했던 것 같다. 어쩌면 아이들이 꿈으로만 여겨오던 '바다'를 다녀옴으로써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도 차별없는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조 목사의 발언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누구나 공평한 배움을 제공받아야 할 학교라는 공간에서 수학여행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 이후 일각에서는 수학여행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수학여행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관행이나 운영 방식을 고쳐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수학여행의 의미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난한 집 아이들도 누구나 공평하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올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인식이 자라나기를 꿈꿔본다. 여행도 나눔인, 따뜻한 사회를 기대하며. <정은주 여행작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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