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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세종대왕도 한탄할 외래어 한글 표기
입력 : 2014. 06.09. 00:00:00
외래어 표기법의 불합리함이 세종대왕도 한탄할 정도다(제주대신문 831호). 현 한글맞춤법으로 외래어를 표기, 발음하는 예를 보자. 미국 골프 선수 'Fred Funk'를 '프레드 펑크'라고 쓰고 발음한다. 이는 이 선수에게 이중의 실례를 범하는 것이다. '프레드'는 쓰지 않는 이름이고, 펑크도 Punk로 들려서 '빵꾸', '멍청이'라고 부르는 격이다.

필자가 텍사스공대 교수로 부임한 첫 해 대학원생들이 성탄절 파티에서 교수에게 웃음을 선물하는데, 필자가 받은 선물은 'Pospate'라고 적혀있는 Phosphate(인산염)의 분자모형이었다. 한국식 영어 발음을 벗어나지 못해 있던 필자는 수업을 할 때 Ph발음을 p로 발음하고 있었던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리하여 부임기간 동안 나의 별명은 'Professor Pos-pate'가 되어버렸다. 다른 예로 Figure skating을 '피겨 스케이팅'이라고 발음하지만 '피겨' 'Pigure'는 존재하지 않는 영어 단어다.

우리가 무심코 내는 한글표기법 발음이 외국인에게는 전혀 다른 혹은 수수께끼 같은 뜻으로 들릴 수 있다. 잘못된 발음으로 인해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단어가 될 수 있는 자주 접하는 예를 몇 개 더 살펴보자.

Fan(부채, 팬)을 '팬'(Pan)으로 표기하면 '냄비 또는 프라이팬'을 말하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

Fox (여우)는 '폭스'라고 쓰면 pox '천연두 혹은 매독'이 되는데 영어권에서 Fox는 비교적 흔한 성명이어서, 그들을 매독 환자로 부르는 꼴이 되어버린다.

Fried chicken은 Pride chicken '자존심 닭'으로 발음되어 의미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변한다.

Three(셋)를 '트리'(tree)라고 발음하는 것은 '나무'라는 뜻이 된다.

이처럼 틀린 발음으로 표기되는 예가 부지기수로 많다. 훈민정음에서 허용되는 쌍자음을 쓰면 영어발음에 가장 근접한 발음 표기가 가능하다. 현 표기법에 따르면 F는 p로 발음한다. F를 쌍자음 ㅎㅍ로 표기하면 fashion=ㅎ패션=유행으로 발음하게 되어 passion=패션=열정으로 엉뚱한 발음과 구분할 수 있다. Ph는 ㅍㅎ으로 표기하여 phone=ㅍ혼=전화로 발음하면 현 표기법 발음인 pone=폰=옥수수빵 이라는 엉뚱한 뜻을 피할 수 있다.

한국인은 L발음을 쉽게 구사하나 (love=러브; L=ㄹ), R발음을 잘 못한다. R을 쌍자음 ㄹㄹ로 표기하여 발음함으로써 rice=ㄹ라이스=쌀을 표기 발음하면, lice=라이스=피 빨아먹는 '이'라는 역겨운 뜻을 피할 수 있다.

Th는 ㄷㅈ 혹은 ㄷㅎ로 표기한다. 따라서 think=ㄷ진크=생각하다로 발음하고, 현 표기법에 따른 tink=틴크라는 무의미한 영어를 피할 수 있다. 영어발음법에서 허용되는 th=ㄷㅎ를 사용하면, this=tis=티스 대신에 this=ㄷ히스로 표기해도 좋다.

많은 한국인은 V를 B로 발음한다. V에 가깝게 발음하기 위해 v=브 로 표기하면 victory=븩토ㄹ리)로 발음하게 되어, 틀린 영어 bictory=빅토리와 구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Z를 j로 발음하다 보면 zero를 제로라는 듣기 싫고 틀린 발음을 하게 된다. 그러나 z를 원음에 가까운 Z=즈로 표기하면 zero=즈ㅔ로 발음할 수 있고, jero=제로와 구분할 수 있다. 참고로 j=ㅈ임으로 예를 들면 joy=조이로 표기한다.

위의 쌍자음 맞춤법은 한글학회가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한글의 외래어발음 표기능력을 향상시켜 외국어발음에 보다 더 가깝게 표기하는 것은 글로벌시대의 필연이다. <송필순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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