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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기억하며 살아가기
입력 : 2014. 06.11. 00:00:00
13일, 전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개막을 한다. 평소에 축구를 즐겨보지 않음에도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 기간에는 국민들과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우리나라 국가대표의 선전을 기원한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월드컵은 당연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뜨거웠던 대한민국의 거리를 기억하고 있다.

2002년 6월 13일. 월드컵 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경기도 양주시에서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故 신효순·심미선양이 도로 갓길에서 주한 미군 2사단의 M60 AVLM(일명 장갑차로 부름)에 깔려 현장에서 숨졌다. 납득할 수 없지만 이 사건에 대한 미군 측의 조사 결과는 '이번 사고는 결코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인 것이 아닌 비극적인 사고'였다. 장갑차 조종수인 병장이 두 명의 여학생을 확인하지 못하였고, 통신 장애까지 겹쳐서 피치 못하게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사고 당일에는 속보 형식으로 짤막하게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으로 보도되어 거의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당시 한국 국민들의 관심은 다음날에 치러지는 한국 대 포르투갈 전에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과 함께 완전히 묻히게 되었다. 이후 재판 과정이 공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미군의 책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후 11월 동두천 미군 기지인 캠프 케이시 내 군사법정에서 열린 군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미군 2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그리고 5일 후 미군 2명은 일본을 경유하여 미국으로 안전하게 출국하였다. 미군이 안전하게 출국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과 미국이 맺고 있는 SOFA 규정 때문이다.

효순이, 미선이의 사건 뿐만 아니라 많은 미군범죄가 SOFA 규정에 의해 무혐의 처리가 되거나 피의자 미군이 한국을 떠나버리고, 아니면 한국정부가 책임을 지면 해결되어 버리는 법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90년대부터 불평등한 SOFA에 대한 여러 차례 개정 요구가 있었지만 별반 나아지는 것은 없다. 잊혀질만하면 터져나오는 것이 미군범죄이며, 솜방망이 처벌뿐이다.

효순이, 미선이의 희생이 이제는 점점 희미해지면서 망각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이 망각들이 자꾸 미군범죄를 양상해내는 것은 아닐까? 해결하지 못하고 안된다,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묻어두거나 또는 잊어버리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망각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어떤 일이나 사실을 잊어버림 또는 기억 속에 잊히다'이다. 미군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조약의 불평등을 평등으로 바꾸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사건이 해결되기 전에 점점 사건을 망각해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인 것 같다.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지켜봐야만 망각이 되어도 다시금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SOFA 개정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효순이, 미선이를 점점 망각해 가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사고들을 망각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았다면 건물이나 다리가 무너지고, 화재가 발생하고, 배가 가라앉아 무고한 희생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사건의 최종 해결, 즉 단순히 가해자에 대한 법의 심판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재발방지 방안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망각되어도 앞선 사건을 떠올리며 슬프지 않고 스스로 자책하지 않고 '안심'이라는 것을 할 것이다. <최희영 제주4·3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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