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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김계춘 칼럼]'싸이의 노래'를 다시 생각한다
입력 : 2014. 06.17. 00:00:00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행오버(Hang Over)'가 유튜브 조회수 5000만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내 언론들은 전 세계 누리꾼들 사이에서 '행오버'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월드스타의 인기 역시 순항 중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자. '행오버'를 우리 말로 번역하면 술이 깨지 않은 '숙취(宿醉)'라는 뜻이다. 뮤직비디오에서 싸이와 미국 힙합 뮤지션 스눕독은 중국집과 노래방, 사우나 등을 돌며 한국의 유흥(遊興)문화를 즐긴다. 뮤비 속에는 폭탄주를 마시고 술에 취한 싸이가 변기에 구토를 하는가 하면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낯선 여자들과 노래방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춤을 추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담겨져 있다.

이를 두고 해외나 국내의 반응은 엇갈린다. 싸이의 장기를 잘 살린 재미있는 뮤직비디오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한국문화=음주 혹은 숙취'만 연상케 한다는 혹평도 있다.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해외 매체의 반응을 두 가지만 살펴보자. 타임지는 "강남스타일 이후 2년 만에 싸이가 놀라운 콜라보레이션(협업)으로 돌아왔다"고 썼다. 이에 반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뮤직비디오는 약간의 메스꺼움을 느끼게 한다"면서 "일부는 뮤직비디오에 흠뻑 젖어들고 있지만 다른 한편은 곡과 뮤비 모두에 불만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행오버'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행오버'가 아니라, 싸이의 노래가 과연 '무엇을' 전하느냐는데 있다. 싸이는 지난 2001년 발표한 '새'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새'는 나이트클럽에서 '원 나잇(one-night)' 상대를 찾는데 실패한 후 설렁탕 국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난 완전히 새 됐다'라고 한탄한 경험을 바탕으로 곡을 썼다고 한다.

이후 '원 나잇'은 싸이의 노래 전반을 관통하고 있으며, 그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만들었다는 '강남스타일'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싸이의 '초심'이란 아마도 원 나잇으로 대표되는 클럽문화에 대한 동경인 것 같다.

이를 반영해서인지 '강남스타일'의 가사 속엔 싸이가 추구하는 여성상이 거침없이 표현되어 있다.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등등…. 그리고 결론은 '섹시레이디와 함께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다. 왜냐고? '오빤 강남스타일'이니까.

코믹한 말춤 등으로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우리 언론들은 마치 국위(國威)를 선양한 애국자를 대하듯이 관대해졌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말춤이나 노골적인 가사 등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폐해에 대해선 모두 입을 다물었다. 초등학생까지 '강남스타일' 패러디에 동참하고 나섰지만 이를 말리기는 커녕 오히려 부모들이 부추기고 홍보하기에 바빴다.

아무리 가치가 전도(顚倒)된 세상이라지만 은밀히 행해지던 부끄러운 밤 문화가 전 세계에 널리 전파할 '자랑스런 문화'로 둔갑한 것이다. 쾌락 중심적으로 성(性)을 왜곡시키는 주범은 각종 미디어다. TV만 보더라도 성을 매개로 한 노래나 광고가 버젓이 등장한다. 그 중심엔 싸이가 속한 YG와 SM, JYP 등 3대 메이저 기획사와 대중 스타들이 있다. '나라의 희망'이라는 청소년들이 점차 시들어 가는데도 어른들은 나몰라라 하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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