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나의 미래에 전쟁은 필요 없다"
한·중·일 평화그림책 한국어판 잇따라 발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4. 06.27. 00:00:00
짧은 단발머리에 '몸뻬'바지를 입고 '게다'를 신은 여자아이. 부동자세로 거수 경례를 하고 있는 아이는 어깨에 구급낭 같은 걸 대각선으로 둘러멨다.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군국소녀' 모습이다.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앙다물고 있어서 제법 야무져 보이지만 아이의 자세는 약간 기울어져 있어 어딘가 모르게 위태로운 느낌을 준다.

'군화가 간다'는 1940년 일본 교토 태생으로 6살 무렵에 조국의 패망을 맞아 곤궁한 패전국의 소녀로 유년기를 보낸 여성 작가 와카야마 시즈코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평화 그림책'이다. 와카야마는 나이 이순이 되던 2005년에 동료 작가 3명과 함께 한·중·일 공동 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를 발의했다. 자신의 손자와 같은 어린이들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책 속 그림은 배경을 제거하고 핵심적인 요소만 굵고 검은 선으로 분명하게 표현됐다. 지은이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의 그림만큼 간결하고 명료하다. "나는 나의 미래를 살아간다. 나의 미래에 전쟁 따위는 필요 없다."

이는 군화 신은 선조들이 저질렀던 오류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래서 그림책 마지막 장엔 들꽃이 피어있다. 군화들이 사라져간 자리에 피어난 꽃이다.

또다른 평화 그림책인 '사쿠라'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다바타 세이이치는 1931년 벚꽃 피는 계절에 태어났다. 일본이 소위 '만주사변'이라 부르는 중국 동북 침탈이 일어난 해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꽃 핀 나뭇가지 아래 아기를 안은 엄마의 모습과 풍습대로 아기에게 선물하기 위해 커다란 도마를 들고 시골에서 올라온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펼쳐진다. 유복한 가정에서 누리는 일상의 평화일 것이다. 어린 아기는 훗날 자라 그것이 이웃나라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누리는 식민 본국의 거짓 평화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덧 팔순을 넘긴 작가는 '사쿠라 나무'가 건네는 말을 통해 벚나무가 더 이상 선동의 수단인 '사쿠라'가 아닌 평화로운 꽃 잔치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바람을 내비친다.

사계절. 각권 값 1만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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