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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당신의 재난안전 대책은
입력 : 2014. 08.08. 00:00:00
우리집 뒷베란다 찬장의 한 칸은 통조림 음식들의 자리이다. 유통기한은 제각각이고, 야식이며 술안주로 심심찮게 꺼내 먹은 탓에 그나마 몇 개 남지 않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소한의 '재난 대비용'이라며 충동적으로 장을 본 것들이다. 그 정도 지진이면 20년도 더 된 아파트가 남아나겠느냐는 아내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나는 '재난의 예측 불가능성'을 설파하며 무리한 장보기를 강행했다. 다행히 아직 그 통조림들이 역할을 수행할 시기는 오지 않았다. 아무리 우리나라에 1년에 50번 지진이 발생한다고 해도 대형 지진은 일본, 중국에나 해당하지 우리나라에는 여간해서 잘 오지 않는 것이다. "단군 할아버지의 절묘한 위치선정"이라는 인터넷 유머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홍수나 태풍의 물난리가 잦지만, 여러 인재에 의한 피해도 컸다. 1995년의 재난관리법 제정은 90년대 초반의 목포 아시아나항공 추락사고, 서해 훼리호 전복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씨프린스 기름 유출사고 등의 연이은 발생 후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에도 초대형 태풍 매미와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등이 계속 발생했고, 이는 소방방재청 설립의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재난 대비체계는 각 단계마다 몇 차례의 선행학습이 필요했다. 세월호 비극이 끝나지 않은 지금, 우리나라는 또 한번의 체계 정비로 분주하다.

재난 대비에는 법률과 조직과 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국 비용의 문제로 귀결된다. 최근 10년간 자연재해 피해 복구비로 매년 3조 1000억원을 사용하고 있지만 재난관련 정부 R&D 예산은 2011년 1492억 원으로 전체 R&D 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하다(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우리는 지금까지도 매년 여름마다 외양간을 고치고 있는 것이다.

연평도 주민들은 2010년 11월 잊고 있었던 전쟁의 공포를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맛보아야 했다. 민간인 2명 포함 4명이 목숨을 잃었다. 3개월 뒤 북한의 가상 도발에 대한 '국지전 및 재난에 대한 민관군 응급의료체계 구축방안 국제 학술대회'가 송도에서 개최됐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자신들의 거주지에 포탄이 떨어진다는 시뮬레이션 소식을 접한 구청장과 지역 주민들의 난입으로 회의는 중단되고 말았다.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재난 대비에는 돈이 든다. 하지만 복구에는 몇 배가 더 필요하다. 비용 효과를 따진다면 제법 괜찮은 투자가 될 수도 있으련만 재난 대비에 투입되는 비용은 뒷베란다에 쌓인 통조림 취급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효과적인 대비는 통조림 몇 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족들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양은 얼마인지, 며칠 분이나 보관할 것인지, 유통기한 관리는 어떻게 할지 계획돼 있어야 한다. 라디오, 손전등, 성냥, 물, 구급약품 등 다른 필요한 물품도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살림을 꾸려가는 주부를 설득해 지갑을 열도록 하는 가계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프레임은 국가적 재난 대비에도 그대로 적용돼 정확한 계획과 수요 예측, 그리고 이에 대한 예산 반영이 반복되는 재난을 막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집 재난대비를 위한 가족회의를 먼저 열어보는 것은 어떨는지. <박창배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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