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근혜 정부가 취임 초부터 휘둘림을 당한 것은 '잘못된 인사(人事)' 때문이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서 시작된 인사 파동(波動)은 이후 이동흡 헌번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용준 총리 지명자 등의 줄줄이 낙마로 이어졌다. 곧바로 '밀봉' '깜깜이' 인사란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인사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신뢰까지 추락했다. '신상털기 검증'이라며 다소 억울해 하던 목소리도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에 파묻혔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로 인해 집권(執權) 1년차란 아까운 시간을 허송세월한 것이다.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하고 전열을 가다듬던 올 4월엔 '세월호 참사(慘事)'란 대형 악재가 발생했다. 대한민국의 온갖 부조리가 한데 뒤엉킨 사상 최악의 사고에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이런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나"라는 자조섞인 비탄이 온 나라를 감쌌다. 박근혜 대통령이 급기야 '국가 개조론(改造論)'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역시 '인사'에 벽이 막혔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책임을 통감해 사퇴의 뜻을 밝힌 가운데 신임 총리 후보자가 두 차례나 낙마(落馬)하면서 정 총리가 그대로 유임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기대치 못했던 7·30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해 박 대통령에게 다시 힘이 실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이마저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건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屍身) 확인 지연 등에 대한 논란으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의욕 넘치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1년 6개월이 넘도록 '인사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정 출범에 즈음해 본란이 '인사는 만사(萬事)의 기본'임을 누누이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인사가 잘못될 경우 자칫 망사(亡事)의 원인이 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말이 씨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원 도정의 첫 인사는 '역시나'에 머물렀다. 우선 협치(協治)란 명분을 내걸고 단행했던 제주시장 인사가 숱한 논란과 생채기만 남긴 채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 12일 이뤄진 대대적인 정기인사 또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도민들이 기대했던 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언니에 이어 동생을 제주도립미술관장으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내 미술계는 논평을 통해 "이번 관장 선임은 적폐(積弊)로 얼룩진 도정의 혁신과 협치를 바라는 우리의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인사"라며 "연이은 자매 관장은 개인의 능력을 떠나 사회 통념상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의 강도를 높이는 중이다. 이와 함께 이미 임명된 서울본부장을 다시 공개모집하는 것도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조직개편(4급→3급)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는 하나, 과연 '눈 가리고 아웅'식의 형식적 공모가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괜히 민망하고 안타깝기까지 하다. 조바심과 조급증이 부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인사는 만사의 기본'이다. 때론 혁신적인 파격(破格)도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바엔 뚜렷한 기준과 원칙, 그리고 상궤(常軌)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원희룡 도정이 첫 인사를 교훈으로 삼아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길 바란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