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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고 아팠던 봄과 뜨거운 여름도 어느덧 흐르고 흘러 벌써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코앞이다. 사계절이라는 자연의 속성에 인간의 삶을 담아 표현한 2003년에 개봉했던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 속 대사가 올해는 유독 맴돌곤 했다. "욕망은 집착을 낳고 집착은 살의를 품게 한다. 내가 좋으면 남도 좋은 것을 왜 몰라." 요즘 대한민국은 한편의 영화와 낯선 이방인의 방문으로 들썩이고 있다. 바로 하루하루 새로운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명량'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다. 지난 역사속의 이순신 장군이라는 인물과 낮은 곳으로 눈을 돌리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가장 인간적인 교리를 실천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재 우리의 가슴으로 파고들어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어린 시절 위인전을 시작으로 많은 드라마의 소재로 재탄생되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모르는 사람이 없는 '훌륭한' 위인이다. 그만큼 알만큼 알고 있기에 조금은 진부하기도 한 인물이기도 하다. 헌데, 우리는 또 다시 열광하고 있다. 왜일까. 영화의 작품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떠나 그 해답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결핍에 있지 않을까. 봄의 찬란함을 순식간에 어둠으로 덮쳤던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의문에 의문이 더해지고 그 과정 곳곳에서는 온갖 부패와 비리가 난무하다. 무리한 4대강 건설로 인한 후유증으로 곳곳에서는 후손에게 물려줘야할 소중한 자연이 죽어가고 있다. 도심 한 복판은 푹푹 가라앉아 구멍이 뚫려있는데 그 누구도 확실한 원인을 모른다. 무엇 때문인지 누구 때문인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고 그러는 사이 소중한 혈세는 예기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고 국민들의 결핍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코'의 프롤로그에서 세월호 사건을 이탈리아의 람페두사와 연관 지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선장이 승객들을 외면하고 홀로 탈출한 이탈리아 초호화 여객선 콩코르디아호와 비교했으나 교황은 이탈리아에서 침몰한 다른 배와 비교했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도망친 선장이 아닌 배를 침몰로 내몰았던 시대상황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6일 교황의 시복미사가 열린 광화문에는 백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교황은 한국방한 내내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하여 위안부 피해자, 꽃동네를 찾아가는 등 약한 자와 마음이 지친 자를 찾아 위로를 건넸다. 그러한 교황의 행보에 우리는 눈시울을 적셨다. 여기에 우리의 또 다른 결핍이 존재한다. 우리는 숨어있는 희망을 찾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 희망은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따르는 것이고, 그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해야 한다"라고 하는 강력한 리더십의 인물과, 약한 자의 마음에서 함께 아파하고 위로를 건네는 진정성에 있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희망의 씨앗을 지난 역사 속 인물과 로마 교황이 아닌 우리 스스로 찾을 수는 없을까. 비록 지금은 엉킨 실타래를 푸는 듯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지만 모두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엉킨 실타래 속 꼭꼭 숨어있던 '나도 좋고 너도 좋은' 우리들의 '희망'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김윤미 서귀포시 귀촌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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