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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죽일 듯이
입력 : 2014. 08.21. 00:00:00
더워 죽겠다고들 한다. 에어컨을 끼고 살면서도 야단법석이다. 그럴 땐 농장서 매일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잠시 생각해보라. 혹 위안이 될런는지. 더위와 한번 맞서보지도 않고, 피서만을 궁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피서, 더위를 피한다 함이니, 피하랴 치면 세상 일 한도 끝도 없다. 여름에 더위를 피했으니, 겨울엔 추위를 피해야 하리. 힘든 일 피하고, 어려운 일 피하고, 복잡한 일도 아예 피하고…. 결국 피하다가 볼짱 다 보게 된다. 아니면,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피하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성공한 예는 하늘 아래 아직 없다.

살아있는 복싱의 전설 무아마드 알리, 그가 당시 헤비급 챔피언 소니 리스튼에게 도전했을 때의 일이다. 로마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약관의 알리는(그때 이름 캐시어스 클레이) "늙은 곰을 한방에 보내버리겠다"며 연일 떠벌려 댔다.

리스튼, 그는 과연 누구인가? 그의 눈빛에 한번 쏘이면 웬만한 선수는 심장이 얼어붙는다는 공포 그 자체였다. 무지막지, 무적의 챔피언이었던 것이다. "저 애송이의 아가리에 이 주먹을 쳐박아 넣겠다. 빼는데 일주일은 더 걸릴 거다." 이렇듯 경기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그러나 막상 참관의(參觀醫)의 검사 결과 '너무 떨어 심장 이상박동'으로 시합불가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야, 그만 떠벌리고, 제발 좀 정신 차리라!" 코치진의 간곡한 간청으로 재검 끝에 가까스로 그 세기의 타이틀매치는 예정대로 펼쳐진다.

공이 울리자 용수철처럼 뛰쳐나간 알리, 그 현란한 스뎁과 소총소사의 스트레트 연타, 빠지고, 다시 연타를 쉴 새 없이 반복하며 리스튼의 혼을 빼놓은 것이다. 경기 전 바들바들 떨던 알리, 그 두려움을 떨치려고 연신 떠벌리고 떠벌렸던 알리, 이윽고 링 위에선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펄펄 날았던 것이니…. 아, 그 눈부심이여, 기어이 알리 시대의 그 포효여! "닉슨은 미국 대통령이지만, 나는 세계의 왕!"

뭐 그리 장황하냐고? 정작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 그전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더 크다는 걸 말하려 함이다. 더위도 이와 같다.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피서, 피서"에 목매일 까닭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차라리, 팔월 불볕에 소독복(두꺼운 우비) 껴입고, 장화 신고, 고무장갑 마스크 등 완전군장으로 전투에 임하는 병사의 심정으로 귤나무 앞에 나서라.

그리고 이글거리는 해를 정면으로 노려보라. 죽일 듯이. 행여 눈을 내리깔면 안 된다. 꽁지를 사리는 것이니, 시작부터 기싸움에 밀리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이렇게 다잡고 나서면 더윈들 어쩌겠는가. 설마 사람 죽일 것이냐. 턱 맞서고 보면 더위, 그도 별것 아닌 것이다. 한 여름 소독마당에, 어찌 숨이야 막히지 않겠는가. 목인들 타지 않겠는가.

옛날 어머니 물질할 때 그때, 물숨을 참고 참다가 저승길이 가물가물 보일쯤에사 겨우 물속을 헤쳐 나와, 비명 같은 숨비소리를 가쁘게 내지르곤 하셨던 것이다.

새벽에 밭에 가서 일하다가 물 때 맞춰 부랴부랴 바다로 달려갔던 것이니, 차가 있었나, 오토바이가 있었는가.

도르멍 거르멍 그 먼 고갯길을 매일같이 오르내리셨던 어머니. 와중에 식산들 제대로 하셨겠나,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시절의 그 어머니들은 목숨을 걸고, 자식들을 키워내셨던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자란 우리의 차례다. 차마 무슨 염치로 나무그늘에 아자듬서 더위타령이나 하고 있을 것인가. <강문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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