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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 귀가길 제주 동문시장을 들렸다. 모처럼 한껏 장을 보고, 자가운전으로 귀가하여 장본 물건들을 냉장고에 채웠다. 정확히 2일 후 아침, 있어야 할 계란 10개가 냉장고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계란을 구매하면서 얼마의 잔돈을 받았는지, 장 봤던 플라스틱 백들을 손가락에 하나씩 걸고 가까이 주차했음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차를 탔던 기억까지는 100% 생생한데 냉장고에 계란을 넣어 정리한 기억이 없고, 플라스틱 계란 곽도 분리수거로 버린 기억이 전혀 없다. 도대체 내가 동문시장에서 산, 계란 10개는 어디로 간 것일까? 멀지 않은 기억의 나는 그런 상황이 되면, 기억을 되 뇌이며, 결국은 어디에 계란이 있는지를 알아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데, 그 아침의 나는 "계란이 없네… 참 이상하네…" 하면서 그 상황을 온순하게 받아들였다.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나 하는 포기의 심리상태와 순간 내 마음 편하게 "잊자!"라는 방어기전으로 상황을 종료했다. 이 상황이 복잡한 현대인의 '건망증'에 기인한 것일까. 요새 나는 '단기 기억력 저하,' '건망증' 증상이 늘은 것 같다. 에너지와 주의력을 끊임없이 소비시키는 일상이 많아졌고, 디지털기기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존이 커져 정리를 위한 정리, 기억을 위한 기억으로, 정작 안정적인 기억과 회상에 필요한 몰입과 집중에는 게을렀다. 이렇게 상황이 판단되고 보니 '건망증'은 필자에게 뇌의 건강과 삶의 질과도 관련할 수 있고, 따라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싶었다. 환자를 기억해주는 의사가 명의이고, 손님을 기억해주는 주인이 단골이 많고, 학생을 기억해주는 교수가 명강사가 된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필자는 잠시 시간을 내어 기억력 증진을 위한 '아날로그 생활습관 실천'계획을 세웠다. 일정시간 네트워크 완전 차단하기, 네비게이터 사용 줄이기, 학생 이름 외우기, 묵언 실천하기, 한 달에 한번 선물하기, 자연을 즐기는 삶 찾기 등 나의 기억력 증진에 도움을 줄만한 리스트를 손으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또한 내가 이사 온 제주가 이러한 건강생활습관실천에 지원적인 사회·문화 환경이 구비된 곳 인지도 떠올려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역사회 건강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주는 흡연, 음주, 운동, 비만 등 건강행태가 전국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제주의 청정 자연 환경이 무색하게 제주도민은 오히려 술·담배와 가깝고, 운동과는 멀다는 이야기다. 제주도민을 위한 건강과 보건의료정책이 우선되고, 아날로그 생활실천의 '건강과 관광'의 지자체 이미지가 브랜드로 구체적으로 기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시간을 더 사는 현대인들이 예전 사람들보다 여유 없이 허둥대며 열의 아홉은 기억력을 걱정한다. 그러나 걱정만 하는 것을 넘어 오늘 하루 실천하는 삶이 필요하다. 듣고 한 귀로 흘리면 소용이 없고, 가르침을 잘 받들어 실천하고, 잘 수지(受持)해야 깨달을 수 있다. 알면서도, 좋은 말을 들어도 금세 까먹고 마는 이 '건망증'은 완전히 쾌유가 될 수 있으려나 안타까우면서도, 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受持)의 가르침을 없어진 계란 10개에서 되돌아보게 되는 것을 보면, 삶은 사유(思惟)하면서, 그 재미를 느끼고 배우고 깨닫도록 되어있나 보다.<배서현 제주한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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