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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아이스버킷 챌린지와 배려의 경제학
입력 : 2014. 09.02. 00:00:00
최근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이벤트는 미국 루게릭협회(ALS)가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자선활동 캠페인인데, 지명된 사람은 24시간 내 얼음물을 맞을지, 100달러를 기부할지를 결정해야 하며 얼음물을 맞은 사람은 3명을 지목할 수 있다. 차가운 얼음물이 피부에 닿는 느낌을 경험함으로써 근육이 수축되는 루게릭병의 고통을 이해하고 경험해보자는 것이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근본 취지이다.

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여 본인을 PR하고자 하는 등 다소 논란거리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이 행사의 근본이 타인에 대한 배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배려의 사전적 의미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함." 이라고 알기 쉽게 씌어 있으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 이벤트가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어쩌면 타인도 나에 대해 배려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배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존재한다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점이 생길 것인데, 만일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면 배려의 가치는 증가하여 공급 또한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배려는 일반적 재화와는 다른 양상을 띠는 것 같다. 배려의 공급자는 또한 잠재적 수요자가 되기 때문에 배려를 공급하면 나도 수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이유는 타인을 배려하려는 의도가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기 때문이고, 배려의도가 있는 사람은 타인이 자신을 배려할 확률이 작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점점 배려행위를 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배려의 공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결국 아무도 타인을 배려하지 않게 될 것이다. 즉, 공급이 적어질수록 배려의 가치는 오히려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생인 딸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면 어린이 열람실에서 작지 않은 소리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 아이가 큰 소리로 얘기하는데도 그냥 두는 아빠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면 그 주위는 금방 소란스러워지고 산만해져서 여기가 도서관 열람실이라고 믿기 힘들게 된다. 얼마 전에 다른 도서관 현관에서 흡연하는 사람을 본 일이 있다. 금연이라는 문구는 버젓이 씌여 있었고 흡연실도 따로 있었는데도 말이다. 여기는 금연구역이라 말하니 오히려 화를 낸다. 당신이 단속 경찰이라도 되느냐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는 곧 나의 손해라 느껴지기 쉽다. 내가 하고 싶은 행위가 타인에 의해 저지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결코 손해가 되지 않는다. 필자는 배려가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원활케 하는 사회적 자본이라 생각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회일수록 발전가능성이 높다하였고 이를 여러 국가의 예를 들어 증명한 바 있다. 타인을 배려할수록 나도 배려받을 확률이 증가하므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고, 이 신뢰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공동체인 제주는 과연 어떠한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오태형 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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