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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김계춘 칼럼]아직도 4流에 머문 우리의 政治
입력 : 2014. 09.02. 00:00:00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流)"라고 평한 것은 지난 1995년 4월13일이었다. 발언의 진원지는 중국 베이징의 디아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과의 오찬을 겸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이날 이 회장은 "행정규제와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으면 한국이 일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나라가 잘 되려면 국민과 정부, 기업이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되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

이 말에 국민들은 공감했지만 곧 '북경 발언 파문'으로 비화됐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발끈했고, 이건희 회장과 삼성은 알게 모르게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우리 사회가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도가 '우물 안 개구리들'한테는 '괘씸죄'의 빌미가 된 것이다.

그 후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나 우리의 정치권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때보다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4류'에서 더 후퇴해 '오류(誤謬)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2014년도 정기국회가 1일부터 100일간의 회기에 돌입했다. 장외투쟁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개회식에는 참석했으나 향후 일정 합의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다. 이날이 법정처리 시한인 2013 회계연도 결산안은 이미 물 건너갔다. 설혹 어렵사리 국회가 가동된다 하더라도 내년도 예산안 또한 졸속 심의가 우려된다.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두고 민심(民心)은 국회 정상화를 비롯해 해묵은 민생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6개월째 '세월호 정국'에 발이 묶여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현재의 난국(難局)을 초래한 데에는 우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이 크다.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및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과 관련 새누리당과 두 번에 걸쳐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의총(議總)에서 잇달아 추인을 받지 못해 합의 자체를 무산시키며 안팎의 신임을 모두 잃었다.

당내 강경파에 밀린 것으로,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장외투쟁이었다. 야권은 '유가족들의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그 이면에 자리잡은 것은 다름아닌 정치의 실종(失踪)이다. 이 와중에 '새정치'는 사라졌고, '국민공감혁신'이란 비대위 명칭 역시 무색해졌다.

그렇다고 정부와 함께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새누리당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추석 전까지 세월호특별법 등을 타결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정치 일정이 짙은 안갯속에 빠질 것이라는 것이 집권당의 고민이다.

이와 같은 정국상황은 2012년의 '국회 선진화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국회를 마비시키는 일종의 악법(惡法)으로 전락했다. 특히 오늘에 이르러 '식물(植物) 국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현재 해법은 없는 상태다.

겉으론 태연해 하면서도 속은 타들어가는 새누리당과 국회 회군(回軍)을 놓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중인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소통이 아니라 '불통(不通)'으로 일관하는 대통령까지…. 이게 아직도 4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허탈한 심정은 과연 누가 헤아릴 것인가.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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