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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승하고 있는가?
입력 : 2014. 09.16. 00:00:00
한가위가 지나고 가을로 접어든 제주의 하늘이 더욱 푸르고 맑다.

개인적으로는 제주를 떠난 지 30여 년 만에 귀향하여 첫 추석을 보냈고 가을을 맞는다. 그래서일까. 만감이 교차하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 부쩍 생각하게 된다. 특히'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비전으로 하는 도정에서 정책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의 가치란 무엇이고 그 가치를 어떻게 키우는가의 문제는 직업으로서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런 중에 지난 주 친척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며 나왔던 이야기가 계속 머리에 남는다.

연로하신 이모부님께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사회의 미래가 밝아지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 물으셨다.

이모부님께 대답하지 못한 그 질문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겠지만 아무래도 우리 아이들에 대해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이 없는 미래는 인구학적으로도 상상할 수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어떤 가치를 품으며 자라고 있는지에 있다. 특히 국제화시대에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타인의 삶에 공감하며 공존할 줄 아는 사람들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승하고 있을까?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2010-2014)에서는 가정에서 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가치관 11가지에 대해 52개국 국민들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11가지 가치관에는 독립심, 근면, 절약, 끈기, 표현력, 상상력, 이타심,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서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을 자녀교육의 중요 덕목으로 선택한 비율은 호주 88%, 스웨덴 87%, 네덜란드 86%, 뉴질랜드 83%, 미국 72% 등으로 높았다. 특히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미국 등 많은 선진국에서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은 최우선 가치로 선택되었다.

반면, 한국 국민 중 동 가치관을 선택한 비율은 45%로 52개 조사 대상 국가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을 자녀교육의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한국 국민의 절반도 안 된다는 말이다.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은 개인주의, 물질주의, 성장주의적 가치관과 대립되는 가치관으로 민주주의와 공공성의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개인의 발전, 국가의 성장을 중시하였고, 그 결과로 높은 교육수준, 고도의 성장을 이루어 냈다. 그러나 성장중심의 사회는 과도한 경쟁과 사적 이익추구, 부패,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 기반이 되는 공감능력이 결여된 문화를 만들어 온 것도 사실이다. 올해 우리사회에서 벌어진 세월호 사건은 공공성이 결여된 사회구조와 문화가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밝은 미래라고 하면 세월호 사건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미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땅의 아이들이 개인의 이익만이 아니라 타인과 다양한 문화를 배려하고 공감할 줄 알며, 공공성에 민감한 시민으로 자라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키워내고 있을까?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가치를 전승하고 있을까? 함께 고민할 문제이다.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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