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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김계춘 칼럼]中 '알리바바 신드롬'과 한국의 현실
입력 : 2014. 09.23. 00:00:00
지난 2000년, 당시 세계 경제를 선도하던 정보기술(IT)은 다소 과열됐던 거품이 빠지며 이른바 버블 붕괴가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이를 역행(逆行)하고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사람이 있었다. 재일동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손 회장은 중국의 작은 벤처회사에 불과했던 알리바바(Alibaba)의 마윈(馬雲) 사장이 찾아와 투자를 요청하자 선뜻 2000만 달러(한화 210억원)를 투자했다. 단 6분만에 이뤄진 일로 그야말로 통 큰 결단이었다.

그 후 14년이 흘러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했고, 이달 20일 세계 경제의 본산(本山)인 미국 증시에 상장(IPO·글로벌 기업공개)됐다. 결과는 엄청났다. 상장 첫 날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무려 2314억 달러(약 242조원). 미국 IT 상장기업 중 애플(6045억 달러), 구글(406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3916억 달러)에 이어 단숨에 네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거대기업으로 급부상했다.

페이스북(2016억 달러)을 뛰어 넘었음은 물론 한국이 자랑하는 아시아 최대 IT기업인 삼성전자 시가총액 1706억 달러(약 178조원)도 가볍게 따돌렸다. 이로 인해 마윈은 블룸버그통신 집계 세계 억만장자 랭킹에서 219억 달러(약 22조원) 순자산으로 34위(중국 1위)를 차지했다. 또 알리바바 최대 주주인 손정의 회장은 65조원으로 일본 최고의 갑부(甲富)로 등극했다. 14년 전 6분간의 만남이 가져다준 대박(大舶)이자 기적이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중국은 대륙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은 흥분의 도가니다. 알리바바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괜한 자존심의 발로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하대(下待)하는 중국은 옛날 이야기다. 중관춘만 하더라도 2269만평의 땅 위에 2만개의 기업(외국기업 2000개)이 자리잡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도 각각 41개, 200여개에 달한다. 취업자수가 160만명에 이르며, 한해 매출만 3조500억 위안(518조원)으로 내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 376조원을 훨씬 능가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하대하는 중국의 현주소다.

최근 들어 중국의 약진(躍進)은 실로 눈부시다. 중국은 이제 세계 최고의 인재와 기업,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중관춘을 앞세워 미국 실리콘밸리의 패권(覇權)까지 넘보고 있다. 창업 인프라 구축에 미적대는 한국은 아예 관심 밖이다. 이들의 경쟁자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미국의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다. 간혹 우리 언론들이 '중국의 추격' 운운하지만 그것은 한국인들만의 얘기인 셈이다.

해외의 유수 언론들은 알리바바의 공습(攻襲)에 세계 IT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런 이면엔 중국의 끈끈한 기업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중관춘에서 성공한 기업은 또다시 중관춘 내 후배 벤처들에게 투자한다. 중국에서는 사람과 기술만 좋으면 투자는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투자보다는 융자, 창업자에게 무한책임을 물어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한국의 현실과는 천양지차다.

중국은 지금 도광양회(韜光養晦·숨어서 힘을 기른다)를 벗어나 대국굴기(大國굴起·대국으로 우뚝 선다)를 지향하고 있다. 젊은 세대와 미래를 믿는다는 마윈 회장의 말 속엔 그 자부심이 묻어난다. '세월호 정국'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우리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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