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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유산 제주城을 살리자
[천년의 유산 제주城을 살리자(20)/제5부-제주성의 미래는?](2)정비·보존 방향 어떻게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14. 10.01. 00:00:00

제주시 서문로터리 일대. 붉은 원안이 일제가 1914년 허물어버린 제주성 서문인 진서루가 위치했던 곳이다. 강희만기자

다른 지방과는 차별화된 고유성 되살릴 수 있어야
문화재 지정 4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된 종합보고서조차 없어

일제가 성문 허문지 100년 되는 올해를 정비 복원의 원년 돼야
道, 정책적 의지와 뒷받침 필요


탐라시대부터 제주인들과 함께 해온 제주성은 단순한 성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천년에 걸쳐 이어져온 제주성은 제주 역사의 결정판이자 중심무대였다. 제주역사의 DNA가 축적되어 있는 상징공간이다. 오랫동안 지방 통치권력의 중심으로서 제주인의 애환이 서린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전국에는 100여 곳에 이르는 읍성이 분포하고 있다. 여기에다 산성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전국의 읍성 가운데서도 제주성은 독특성과 차별성을 지닌다. 무엇보다 제주성은 탐라국의 수부(首府)역할을 한 성으로 탄생했다. 읍성이 아닌 도성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제주성'으로 불렸다.

1408년(태종 8년) 『태종실록』에는 "제주에 큰 비가 내려 제주성에 물이 들어 관사와 민가가 표몰되고 화곡(禾穀)의 태반이 침수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제주성'이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헌이다.

더 나아가 탐라국으로서의 독립된 위상을 완전히 상실한 시기에도 여전히 제주성은 '도성'으로 인식되고 있어 주목된다. 1702년 제작된 『탐라순력도』「제주조점」에는 '제주도성'(濟州都城)으로 표기하고 있다. 1724년부터 1754년 사이에 제작된 지도인 『제주목도성지도』는 도성이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성곽으로 이뤄진 도읍지라는 의미다.

애초부터 제주성은 다른 지방의 읍성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제주성 정비 복원은 전국의 읍성과는 다른 제주성의 이러한 고유의 특성과 차별성을 온전히 되살리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제주성의 현실은 부끄러울 정도다. 제주성은 1971년 8월26일자로 도기념물 제3호로 지정됐다. 문화재로 지정된 지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제까지 정식 측량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성의 구조와 규모, 성곽 축조기법과 누각 등을 다룬 종합보고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러니 제주성이 온전히 남아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일제가 허물기 전 진서루 모습.

제주성은 동문·서문·남문 등 3문과 소민문·중인문 등 간성 2문, 북수구·남수구 등 2수구를 축으로 한다. 여기에 성곽이 약 3.2㎞에 걸쳐 타원형에 유사하게 축성된 구조였다. 성곽 위에는 제이각(청풍대) 일각 등이 세워졌으며, 운주당과 현재의 제주기상청을 중심으로 공신정·결승정·삼천서당 등이 들어섰다. 칠성대와 과원 등도 곳곳에 자리했다. 19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주성은 거의 원상을 유지한 채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제주성은 동문·서문·남문은 물론이고 간성 2문과 2수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누각들도 남아있는 곳은 없다. 성곽은 3.2㎞ 가운데 10분의 1정도인 300여m가 간헐적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잔존구간 역시 원상을 유지하는 곳은 거의 없고 주택가를 중심으로 훼손된 채 방치되는 형편이다.

제주성 파괴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일제에 의해서였다. 일제는 1914년 제주성 서문을 허물고 도로를 냈다. 동문도 같은 해에 파괴하고 만다. 이어 동문과 서문을 잇는 직선도로를 건설했다. 일제에 의해 제주성 성문이 강제 철거된 지 올해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제주성 삼문 중에 남문은 1918년까지 존치되다가 그해에 허물어버렸다. 중인문을 비롯 성곽이 차례로 허물어지면서 제주성 훼손 멸실은 가속화됐다. 광복 이후에는 개발과 도시화 과정 속에 그나마 남아있던 성곽마저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일제가 제주성 성문을 허문 이후 100년 동안 제주성은 성곽으로서의 면모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성문은 성곽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정비·복원을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서문과 남문은 100여 년 전 옛 사진이 남아있는 등 근거자료도 충분하다.

체성의 경우에도 잔존구간을 중심으로 정비 복원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제주성은 오현단 인근을 중심으로 130m가 정비돼 있다. 문제는 제주지방기상청과 주택가 등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잔존구간과 도로편입구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제주기상청 성벽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배불림 현상이 발생하는 등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주택가 성담의 경우도 상당부분 훼손이 이뤄진 상태이다.

잔존구간의 경우 실태 파악을 통해 하루빨리 정비·복원을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도로로 편입된 구간의 경우 성벽복원이 가능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등을 면밀히 검토 정비방안을 마련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한양도성 정비복원을 추진중인 서울시의 사례를 보면 약 18km의 성벽을 전부 연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성벽 복원이 힘든 구간은 상부형상화 방식 등으로 해서 전 구간을 연결할 방침이다. 제주성의 경우도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검토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다 제주성에는 다른 지방 읍성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징들이 있다. 성곽 위에 지은 제이각(청풍대)이나 일각, 혹은 칠성대나 과원 등은 제주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요소들이다. 제주기상청 일대에 들어섰던 공신정과 결승정, 삼천서당 등도 마찬가지다. 제주성 안에 북두칠성 형상으로 세워졌다는 칠성대나 과원 등도 제주 고유의 특색을 반영한 것들이다.

제주성 정비 복원 방향은 다른 지방의 성곽과는 차별화되는 특징과 고유성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제주성 성문이 일제에 의해 허물어진지 100년이 되는 올해를 제주성을 온전히 되살리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도정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원희룡 도정의 적극적인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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