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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르포]다시 떠오르는 중국 중원 '허난성'
중화문명의 발상지, 자연·문화·경제의 집약체로 급부상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4. 10.06. 00:00:00

중국 중동부 허난성에 있는 세계지질공원 운대산. 표성준기자

중국 고대 정치·문화·경제 중심지
한중합작기업 세계시장 점유율 40%
경제 협력·문화 교류 시발점 기대

중국의 중동부, 황하의 중하류에 위치한 허난(河南)성은 대부분의 지역이 황하 이남에 있다고 해서 허난이라고 이름 붙었다. 중국의 5000년 역사가 흐르는 동안 20여개 왕조에서 200여 명의 제왕이 이곳에 도읍을 세웠거나 천도할 만큼 오랫동안 중국 고대의 정치·문화·경제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중화민족 발상지의 하나인 허난성은 송나라를 끝으로 중국 역사의 중심에서 멀어지며 쇠퇴일로를 걸어야 했다.

그런 허난성이 최근 다시 급부상하면서 중원(中原)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한라일보 등 제주 취재진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지난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허난성의 정저우(鄭州)시와 뤄양(洛陽)시, 카이펑(開封)시, 쟈오줘(焦作)시를 방문해 최근 중국의 도시계획 현황과 함께 세계지질공원 등의 현장을 목격했다. 이와 함께 허난성 리야(李亞) 부성장과 소림사 무술단 등이 제2회 중한우호축제를 위해 제주를 방문해 경제협력과 문화교류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세계지질공원·문화유산

오랫동안 왕조의 중심지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허난은 풍부한 세계문화유산을 이룩해놓았다. 중국의 '20세기 100가지 중대한 고고학적 발견'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갑골문의 발견과 은허(殷墟)의 발굴은 3000여년 전 은상(殷商) 왕조를 드러냈다. 천지의 중심이라는 곳에 자리한 역사적 건축군은 그 모습만으로도 중국 2000년의 서사적 건축사를 펼쳐보인다. 400여 년을 거쳐 완성된 세계문화유산 룽먼(龍門) 석굴도 놓칠 수 없다.

허난성은 중국의 8대 고도(古都) 중에서 뤄양(洛陽), 카이펑(開封), 안양(安陽), 정저우(鄭州)까지 모두 4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송(宋)나라의 민속풍정을 재현한 청명상하원(淸明上河園), 1000년 불교의 선종인 백마사(白馬寺), 진정한 문화유적을 소장했다는 허난박물원, 포청천으로 익숙한 포공(包公)을 기리는 테마공원 등 각종 문화고적을 보유해 중국의 역사 문화 박물관이라 불린다. 중화 5000년 역사의 상전벽해가 모두 한눈에 안겨 든다고 할 정도다.

허난은 또한 중국 쿵후(功夫)의 발원지로 천하의 무술이 소림(少林)에서 나온다는 소림사가 있다. 산세가 힘있고 절벽이 가파른 숭산(崇山)이 있는가 하면 산봉이 기이하고 골물이 뛰어나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뒤 연간 관광객만 500만명이 넘는 운대산(雲臺山)이 있으며, 북국의 강남이자 산천의 승지라고 불리는 신양(信陽)의 난완(南灣)호도 있다.

세계문화유산 룽먼석굴.

# 중국의 새로운 경제중심지

허난성의 성도인 정저우(鄭州)는 정치,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로 이름난 국가급 역사 문화도시로 평가받는다. '중원'이라 불리는 명성에 걸맞게 정저우는 중국 철도 교통의 중심지이며, 5000㎞에 달하는 중국 내 최장 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확장공사가 진행 중인 신정주공항의 공사가 완료되면 중국 내 최대 규모의 공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개발 중인 정저우에는 새롭게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고층아파트와 빌딩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으며, 그에 못지않게 많은 녹지공간을 조성해 쾌적한 도심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그룹이 정저우시와 쟈오줘시의 경계에 공장을 짓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도시를 설계하고, 최초의 도성이 존재했던 정저우가 2700년의 도시건설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정저우의 도시계획이 완료되면 허난성은 중국 내 새로운 경제중심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난성 왕자문 외사판공실 부주임은 "중국문화의 발상지이면서 찬란한 문화를 보유한 허난성은 기존 농업과 함께 공업을 육성해 현재 GDP가 중국에서 5위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허난성에 입주한 한국기업이 276개이고, 지난해 투자액만도 7억에 달해 쌍방 협력을 통해 상생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바코드필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한중합작기업 박원우 (주)주어린디지털재료 회장이 쟈오줘시에 설립한 공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표성준기자

# 한국기술과 중국자본의 결합

허난성 쟈오줘시에는 한국인 박원우 회장이 운영 중인 (주)주어린디지털재료(卓林數碼材料)라는 한중합작기업이 있다. 전 세계 바코드필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이 기업은 지난 2007년 한국의 기술과 중국의 자본이 만나면서 신화를 창조했다.

금호그룹, 동양제철, 한솔화학 등의 비서실에서만 25년간 근무한 박원우 회장은 퇴직 후인 2002년 충북 충주에 바코드필름을 생산하는 벤처기업 코림을 설립했다. 박 회장은 "2007년 존재도 몰랐던 허난성 쟈오줘시장이 한국을 직접 찾아와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협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9000만위안(153억원)을 투자하고, 코림이 현금 3000만위안(51억원)+기술평가액 3000만위안을 투자해 총 자본금 255억원으로 쟈오줘시에 회사가 설립됐다. 쟈오줘시도 1억3000만위안을 담보 없이 대출해줘 힘을 실어줬다. 바코드필름부터 최종 제품까지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회사로 성장한 주어린은 2공장이 완성되면 세계 시장의 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 회장은 "한국의 기술을 이전하는 대가로 한국의 모기업인 코림이 해외수출권을 소유하고 있다"며 "중국 내 수입은 중국기업이 관리하면서 총 원가의 15%를 코림에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림의 총 직원이 70명인 것을 고려하면 기술이전만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제주-허난성 교류

쿵후(功夫) 문화는 중원문화의 뚜렷한 특징으로 분류된다. "천하의 쿵후는 소림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은 바로 소림무술이 중국 무술문화에서도 지존의 위치에 놓여있음을 말해준다. 이 무술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소림무술단이 사상 처음으로 제주를 방문했다. 3일 문예회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무술연극 '소림웅풍'을 선보인 공연단은 5일 탑동광장에서 진행된 폐막식에서는 다양한 소림무술의 세계를 펼쳐보였다.

허난성 왕자문 외사판공실 부주임은 허난성을 방문한 제주 취재진에게 "허난성이 중국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중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허난성은 중국의 축소판"이라며 "최근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한국과 경제·무역뿐만 아니라 문화도 교류하고, 세계지질공원에 대한 관리법 등도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제주도와 허난성은 세계지질공원과 함께 독특한 문화를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지역의 이번 교류를 통해 제2의 '주어린' 신화를 창조하거나 문화 교류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중국 허난성=표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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