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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선 6기 원희룡 도정(道政)이 '더 큰 제주'를 표방하며 전면에 내세운 게 바로 '협치(協治)'였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협치'를 한자로 풀이하면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거버넌스(Governance)와 가장 가깝다. 그 속엔 무언가를 결정하기 이전에 협의(協議)와 공감대 조성, 그리고 원 지사 스스로 '독단'을 배제하겠다는 함의(含意)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럴싸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이렇다할 실익이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먼저 '수평적 협치'를 내세운 제주시장의 경우를 보자. 나름대로는 고심을 거듭한 후 내린 결단이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언론계를 아우르려던 두 번의 선택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지훈 시장이 특혜(特惠) 논란 등에 휩싸여 취임 한달 만에 중도하차 했는가 하면, 이기승 내정자는 25년 전의 '과오'로 도의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落馬)했다. 물론 여기엔 본인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임명과 내정을 감행한 원희룡 지사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조선시대 세종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며 황희(黃喜)를 발탁한 것은 그의 도덕성이 아니라 탁월한 정치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건국 초기 나라의 안정적인 기틀부터 잡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세종은 반대파를 설득하며 황희를 적극 감쌌고, 황희 또한 전심전력으로 세종을 보필해 태평성대의 기초를 다졌다. 세종이 '대왕(大王)'으로 우러름을 받고 황희가 조선조를 대표하는 '명재상(名宰相)'으로 거듭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과연 원 지사가 도정의 안정과 자신이 소망하는 제주의 미래 구현을 위해 얼마 만큼의 정치력을 발휘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같은 정치력의 부재(不在)는 예산안을 둘러싼 도의회와 집행부의 공방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금은 볼썽사나운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구성지 도의회 의장이었다. 구 의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예산편성의 협치시대'를 제안했다. "지금까지 예산은 집행부가 편성권을 갖고 의회는 이를 심사 의결하는 권한을 행사해왔다"며 "새해 예산편성지침을 만들기 이전에 의회와 사전 협의를 거치고 예산배분과 관련 일정 규모의 범위 내에서 민생(民生)현장의 소리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총대를 멘 것은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이었다. 그는 "예산편성지침은 지방재정법 제38조에 의해 해마다 7월 말까지 지침을 만들어 지자체에 시달하면 이를 근거로 예산을 편성해 왔다"며 "예산편성지침 작성 이전에 의회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은 불가(不可)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박 실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버렸다. 도의회의 주장이 '의원 재량사업비 제도'를 부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는 부연 설명이었다. "원 도정이 협치 대신 무단통치를 택했다"는 원색적인 재반박이 나오게 된 이유다. 양측에 다소간의 정치력(政治力)이라도 있었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 협치는 정책 구현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협치'라는 형식에 빠져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국감장(國監場)의 지적을 집행부와 도의회 모두 잘 새겨들어야 한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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