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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수술실에 대한 상념(想念)
입력 : 2014. 10.24. 00:00:00

<김현정 제주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병원이라는 장소 자체가 기쁜 마음으로 방문하는 곳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수술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이다. 환자들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잘 될지, 마취에서 무사히 깨어날 수 있을지, 수술 중에 아프지는 않을지, 수술 후에는 얼마나 아플지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이 수술실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수술실 안의 차가운 온도, 수많은 기계들, 바쁘게 움직이는 의료진, 몸에 부착되는 여러 가지 감시장치들,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던 수술실 안의 극적인 상황들에 대한 상상 등이 한데 어우러져 두려움과 공포심은 정점에 다다르게 된다.

의학지식이 풍부하고 병원 사정을 잘 아는 의사라도 환자의 입장이 되면 이러한 사정은 예외가 아닌 듯하다. 나는 2년전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아이의 위치가 거꾸로 있어서 제왕절개술을 해야만 했다. 내 자신이 하루 종일 수술실에서 일을 하고 있고 제왕절개술을 받는 산모의 마취도 무수히 시행했었지만 의사로서 수술실에 걸어 들어가는 것과 환자로서 침대에 누워 천장의 불빛을 바라보며 들어가는 느낌은 전혀 달랐다. 게다가 산모는 자신의 몸만 걱정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 관한 걱정도 떠안아야 한다. 나의 아이들은 32주 조산이었고 몸무게는 일반적인 만삭출생아들의 절반도 안 되는 상태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지만 세 사람 분의 걱정과 불안을 숨길 수는 없었나 보다. 옆에 있던 의료진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많이 불안하세요? 최선을 다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라고 격려해 주었다. 그 말이 얼마나 따뜻하고 든든하게 느껴졌던가. 다행히 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나 가녀린 몸으로도 힘차게 울어주었고 얼마 후 우리는 특별한 문제없이 건강히 퇴원할 수 있었다.

오늘 또 한 명의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가 수술실에 들어왔다. 힘들지 않은 임신과 출산이 어디 있으랴 만은 일반 산모들보다 훨씬 큰 배, 퉁퉁 부은 발, 침대에서 움직이는 것도 버거워하는 모습이 쌍둥이를 가진 엄마들만의 묘한 연민과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나도 모르게 산모에게 다가가 내가 2년전 들었던 격려의 말을 건넸다. 긴장했던 산모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외치는 첫 울음소리를 듣는 기쁨을 두 번이나 함께 할 수 있었다. 서로 마음을 나눈다면 수술실이라는 장소가 긴장과 두려움만 있는 곳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술실은 누군가에게는 수술을 통해 건강을 되찾을 기회를 얻는 곳이 될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기쁨을 맞이하는 곳이 될 것이다. 어쩌면 수술실이란 생명이라는 선물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가 가진 행복을 이어주는 곳은 아닐까? <김현정 제주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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