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에서 개막한 '하정웅 컬렉션-사람을 향하다' 전시실을 찾은 하정웅씨는 자신이 기증한 1만여점의 미술품은 미술관 소장이 아닌 국민 모두의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진선희기자 "기증 미술품은 모든 국민의 재산" 도립미술관 '하정웅 컬렉션' 개막 강연 널리 공개하고 그 가치 확산되길 기대 일본 오사카 재일 이주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꿈을 접어야 했다. 공업계 고교 졸업 후 기술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그는 1963년 가전 제품 판매회사를 인수한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경제 성장과 맞물려 사업가로 성공한 그의 눈에 다시 들어온 것은 그림이었다. 어느 백화점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재일작가 전화황의 '미륵보살'을 구입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미술이 가진 위대한 힘을 깨닫는다. 미술이 상처받은 인간들을 위로하고 구제할 수 있다고 여긴 그는 이를 출발점으로 작품 수집에 나선다. 1993년 이래 광주 등 국내 공립미술관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미술관에 1만여점을 기증한 재일동포 하정웅(75·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씨. 그가 전국 8개 시도립미술관 공동 기획으로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하정웅 컬렉션-사람을 향하다' 개막에 맞춰 지난 24일 제주에서 강연을 펼쳤다. '하정웅 컬렉션'은 자신을 둘러싼 시대에서 벌어진 갈등과 아픔을 담은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가 기증한 미술품엔 일본에서 강제노동으로 죽어간 조선인들에 대한 위령과 기도의 마음, 암울한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차별을 받았던 재일동포들의 삶, 갈라진 조국의 불안한 정치상황,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 등이 읽힌다. 그래서 인류의 평화와 정의의 실현을 호소하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미술은 역사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가 담겨있다. 하정웅 컬렉션을 통해 세계 인류가 하나된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으면 한다." 광주시립미술관 김희랑 학예연구사는 그의 기증이 포장된 목적이 아니라 순수한 정신의 발로에 의한 것으로 "우리나라 기증 문화의 모델로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술관 역사가 짧은 한국의 현실에서 부산, 대전, 전북, 영암 등에 문화예술의 싹을 틔우기 위해 꾸준히 작품을 기증해온 그다. "하정웅 컬렉션은 특정 미술관의 소장품이 아니다. 국민이 가진 재산이라는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널리 세계에 공개하고 그 가치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출신 재일작가인 송영옥·고삼권의 작품을 다른 지역 미술관에 기증했던 하씨는 이날 "제주에도 몇 차례 기증할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엔 도립미술관이 없었다"며 "제주에 대한 사랑을 늘 마음에 두고 있는 만큼 제주와도 좋은 인연을 맺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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