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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광장]여기에 김석범과 양석일이 있다
입력 : 2014. 10.28. 00:00:00
올해 노벨 문학상은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에게 돌아갔다. 매년 노벨 문학상 수상 시즌만 되면 한국과 일본의 언론 모두 자국의 후보가 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 촉각을 세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은 시인이,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2013년에 발표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일본에서만 한 달에 100만 부 이상 팔리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노벨 문학상 발표 시즌만 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을 점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미디어의 관심에 대해 일본 와세다 대학의 다카하시 토시오 교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그것은 일본 문학의 수치다"라고 잘라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전후(戰後)라는 일본의 시대적 모순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무시하고 있는 이른바 '무전파(無戰派)' 소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6억 원이나 되는 선인세를 지불하며 하루키 작품 번역에 열을 올리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다카하시 토시오의 이 같은 비판은 되새겨 볼만하다. 한국 소설 시장을 장악한 것은 일본의 소설들이고 아쿠다가와 상이나 나오키 상을 받은 작품들은 선인세를 주고 서로 계약을 하려고 나서고 있는 것이 출판계 현실이다. 출판계만 놓고 보면 한류가 아니라 일류(日流)가 된지 오래다.

노벨 문학상 수상 여부가 곧 그 나라의 문학적 수준을 가늠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이 되지 못한 이유가 노벨상을 받지 못한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이 되지 못한 이유는 한국문학의 범주를 한반도(그것도 남한)에만 한정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제주를 찾은 다카하시 토시오 교수는 일본에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한 작가로 세 사람을 꼽았다. 한 명은 오키나와 출신의 작가 마타요시 에이키(又吉榮喜)였고 다른 두 명은 김석범과 양석일이었다. '까마귀의 죽음'과 장편 소설 '화산도'의 작가인 김석범. 그리고 '피와 뼈', '택시드라이버' 연작과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를 펴낸 양석일. 이 두 작가는 모두 재일 제주인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그들의 작품이 일본 전후(戰後)의 모순,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모순을 문학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벨문학상을 충분히 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교수가 일본 도쿄나 교토 출신이 아닌 일본의 변방 오키나와와 재일 조선인 문학가를 나란히 거론한 것은 의미가 깊다. 그의 지적은 노벨 문학상 시즌만 되면 '세계문학 콤플렉스'에 걸린 한국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문학의 범주가 대단히 협소하며, 그것도 '중앙-서울' 중심의 문학에 국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제주문학은 김석범과 양석일 등 재일제주인 문학을 있게 한 토양이다. 그리고 재일제주인 문학이 있어 제주문학이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결국 '제주', '제주문학'은 '한국', '한국문학'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무궁의 질료인 것이다. 매번 노벨상 시즌만 되면 콤플렉스에 걸린 언론들의 호들갑을 보면서 여기에 김석범과 양석일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변방 콤플렉스는 이미 극복된 것이 아닌가. <김동현 문학박사·제주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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