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제주자연은 후손에게 빌려온 재산
황선미 동화 '우리들의 보물섬 제주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4. 10.31. 00:00:00
마라도와 이웃한 섬 속의 섬 가파도. 이야기는 청보리가 넘실대는 그 섬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시작된다. 전교생이 모두 합쳐 일곱명인 자그만 학교다. 아이들은 제주교육문화축제에서 발표할 내용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발표 주제는 '제주의 진짜 보물을 찾아라!' 아이들이 기타를 메고,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들고, 연필과 붓을 쥐고 찾아낸 제주도의 진짜 보물은 과연 무엇일까.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동화작가 황선미가 '우리들의 보물섬 제주도'란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제주 땅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동화책을 냈다. 국내외 여행객들이 찾는 휴양지, 한라산과 수백 개의 오름을 간직한 땅, 돌·여자·바람이 많은 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 등 이미 알려진 제주의 얼굴 말고 그 속살과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 쓴 책이라고 했다. 비무장지대 DMZ와 독도에 이은 황 작가의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서남북 우리 땅' 세번째 책이다.

"제주에 깊이 새겨진 상처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슬펐고, 전해지는 신화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어쩌면 삶이 너무나 고단하고 척박해서 그토록 많은 이야기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신화와 전설을 다만 과거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 제주의 환경에 맞도록 현무암을 쪼고 깨면서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예술가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황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공부하면서 제주를 돌아봤다고 했다. 동화 속 가파도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작가는 그가 만난 '보물섬 제주' 이야길 풀어놓는다. 제주4·3이 섬에 드리운 고통, 1만8000 신들의 노래, 용암 위에 돋아난 풀과 나무의 속삭임, 망사리 가득 전복을 딴 해녀들의 숨비소리, 전통을 지키며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사연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제주도의 역사, 문화, 인물 등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사진을 곁들여 소개한 이 책은 결국 자연은 언제나 그대로일 때 건강하게 생명력을 유지된다는 점을 일러준다.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우려다. 보물에 대한 권리는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 있다. '자연은 후손에게 빌려온 재산'이라고 했다. 조에스더 그림. 조선북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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