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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김계춘 칼럼]주수도(舟水圖)와 원 도정의 협치
입력 : 2014. 11.18. 00:00:00
조선의 제19대 왕 숙종은 그의 아들인 영조(英祖) 다음으로 장기간 재위한 군왕이다. TV 드라마 등에선 장희빈의 치마폭에서 놀아난 인물로 그려지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46년의 재위 기간 극에 달했던 노론과 소론의 당쟁을 이용해 손상된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고 신권(臣權)에 대한 왕권의 우위를 확보하려고 힘썼다.

대동법의 확대 실시와 토지제도인 양전의 시행, 호패법 및 군제의 정비 등이 이때 이뤄졌다. 이렇듯 숙종은 붕당(朋黨)정치로 인해 무너져가던 봉건체제를 재정립시키려 주력한 아주 영민한 군주였다.

주수도(舟水圖)는 배가 물 위에 떠 있다가 거센 풍랑을 만나게 되면 그 배는 뒤집힌다는 내용의 그림이다. 숙종은 화공으로 하여금 이런 그림을 그리게 하고 스스로를 경계하는 자경화(自警畵)로 삼았다고 한다.

일찍이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고 역설한 사람은 순자(荀子)였다. 이후 물과 배에 관한 이야기는 한자 문화권에서 일종의 치국지도(治國之道)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났다.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핵심 아이콘인 '협치(協治)'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배'처럼 흔들리고 있다. 지금 협치에 각(角)을 세우고 있는 것은 도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도의회다. 그리고 그 중심엔 구성지 도의장이 있다.

구 의장은 임시회 폐회사를 통해 협치위원회 조례건과 관련 매우 쓴소리를 뱉어냈다. 그는 "조례안이 심사 보류돼 있는 상태인데도 '우리는 간다'는 듯이 임의대로 준비위를 구성 활동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의회를 얼마나 무시했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인지 한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어 "협치위 조례는 아무리 생각해도 탄생해선 안되는 조례(條例)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결코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협치예산' 제안 이후 빚어진 도와의 갈등과 그로 인한 섭섭함이 묻어난 발언이었다.

그러나 구 의장은 날 선 비판을 쏟아내는 한편으로 화해(和解)의 여지도 남겼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가버린 듯한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모든 걸 비워 놓고 서로의 교감으로 제주사회를 위해 두 손을 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인 것이다.

작심한 듯한 구성지 의장의 발언은 도민사회의 비판과 궤를 같이 한다. 참신함과 공정성을 내세운 원희룡 도정이 오히려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행정시장 및 산하 기관장 공모와 관련 '송일교' '무늬만 공모'란 비아냥이 시중에 파다한 것은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특히 그 속엔 같은 새누리당 소속이면서도 철저하게 배제를 당하고 있다는 개인적 심정과 당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지사는 17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세간에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협치는 제3의 권력을 따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가 갖고 있는 권한을 민간에 나눠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도정에 활용하는 협치위원회는 사조직이 아니"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만약 오해(誤解)가 있다면 원 지사가 직접 나서 그 오해를 풀어야 한다. 협치의 출발점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소통(疏通)에서 비롯된다. 협치의 배를 띄우려면 우선 소통으로 물부터 잔잔하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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