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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25시]제주 굿 보존·전승 위한 지혜 모아야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입력 : 2014. 11.18. 00:00:00
3년간 제주의 굿을 취재·연재하고 있는 기자에게 최근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위치한 새별당이 크게 훼손된 것이다. 이 때문에 새별당을 찾는 단골(어부와 해녀)들은 자신들에게 우환이 닥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제주 문화의 뿌리와 같은 마을의 당이 당국에 의해 보존되지 못하고 훼손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5월엔 제주시 오등동 죽성마을에 위치한 설새밋당의 신목(神木)이 누군가에 의해 무참히 베어졌다. 죽성마을 주민 대부분이 제주4·3 당시 마을을 떠나면서 사라진 마을이다. 사라진 고향 마을에 대한 귀속감을 유지시켜 주는 마을 공동체의 공간이 뿌리째 흔들린 사건이다.

지난해에는 제주자치도가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주변의 일출로를 확장하면서 이 마을의 할망당을 흔적도 없이 파괴시켜 버리기도 했다.

제주에서 이처럼 신당을 파괴하거나 훼손을 하면 '동티(건드려서는 안 될 땅을 파거나 그런 나무를 베어서 그것을 맡은 지신(地神)이 노하여 받는 재앙)'난다고 한다. 실제 1970년대에 서귀포시 수산마을의 한 청년이 본향당에 있는 당신의 신상(神像)의 목을 부러뜨렸는데, 얼마 없어 그 청년이 급사했다고 전해진다.

최근 전체 인구보다 10배 이상 많은 3억3000만의 신이 존재하는 네팔을 방문했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로 많은 분쟁이 발생할 것 같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네팔에서의 신은 척박한 자연환경에 순응해 살아가는 국민의 삶에 일상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들이 문화재로 여기는 신당과 같은 공간도 생생한 삶의 공간이었다.

도내에 산재한 신당도 이러한 삶의 공간이다. 사라지면 다시 복원하기 힘든 '제주의 굿'과 같은 전통문화는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있다. 제주섬의 특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제주의 굿을 보존 전승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김명선 사회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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