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잠은 미래의 나를 만드는 시간
데이비드 랜들의 '잠의 사생활'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4. 11.21. 00:00:00
어느날 밤, 한 남자가 부상을 당한 채 복도에 쓰러져 있었다. 남자의 욕설과 울부짖는 소리가 아파트 벽을 통해 메아리쳤다. 남자는 생각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거기서 9m 떨어진 침실에서 베개에 머리를 댄 채 누웠던 게 남자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이날 잠결에 걷다가 크게 다친 남자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잠에 대해 묻게 된다.

데이비드 랜들의 '잠의 사생활'은 지은이의 충격적 경험담으로 문을 연다. 잠에 얽힌 역사, 문화, 심리, 과학, 진화생물학, 신경학, 정신의학 등을 다루며 수많은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수백 편의 참고문헌을 조사해 신비로운 잠의 세계로 안내한다.

폴 메카트니는 비틀스의 대표곡 '예스터데이'의 멜로디를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떠올렸다. 잠자는 동안 뇌의 활동은 멈추지 않는다. 잠에 빠진 뇌는 꿈꾸기 같은 왕성한 활동을 하며 깨어 있을때는 풀지 못했던 문제를 창조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반면 꿈을 꾸면서 잠결에 살인을 저지르는 일도 벌어진다.

미국의 심리학자 캘빈 홀은 30년 이상 5만건이 넘는 꿈 이야기를 모아 배경, 등장인물, 내용, 꿈이 주는 느낌 등의 분류 체계를 만들어 통계를 냈다. 그에 따르면 꿈은 무의식이 투영된 상징과 은유의 초현실적 세계가 아니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단순하고 예측가능한 세계다.

24시간 내내 노동이 돌아가고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21세기 사회에서 곧잘 잠이 밀린다. 이런 현실을 두고 지은이는 말한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어디에 사는가를 선택하는 것보다 어젯밤 잠자리가 어떠했는가가 삶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이충호 옮김. 해나무.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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