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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제주愛 빠지다]'커리 왈라' 김미나·다와 츠링 부부
"영화보고 반한 제주 꼭 살고 싶은 곳"
어머니 이어 이모까지 제주에 터 잡아… "인연인 듯"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14. 11.21. 00:00:00
언젠간 꼭 제주에 가서 살아보리라는 꿈이 이뤄졌다. 대학시절 이 꿈을 심어준 영화 '연풍연가'를 본지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난 뒤다.

서울이 고향인 김미나(35)씨는 티벳 남편 다와 츠링(33)과 지난 2012년부터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서 '커리 왈라'를 운영하고 있다. '커리 왈라'는 인도말로 '커리(카레)를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 부부는 이 곳에서 인도 가정식 커리를 만들고 인도에서 직접 공수한 옷과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커리 왈라'는 오래고 허름한 작은 집에 초록, 청록, 노랑색의 옷을 입혀 색다른 풍광을 자아내는 곳이다.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블로그를 통해 여행객들에겐 제법 알려져 있다. 이색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최근엔 지역주민들의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

티벳 남편과 한국(서울) 부인이 만나 제주서 이색맛집을 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들의 만남부터 제주에서의 삶까지 김씨의 '역마살'이 큰 몫을 했다. 본인 스스로 "역마살 인생"이라고 말할 정도로 김씨는 정말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인도, 티벳, 히말라야 등 동남아 지역만 4년 정도 여행했다. 그러다 2006년 인도에서 지금의 남편 다와 츠링을 만났다.

인도생활을 접고 2009년 한국으로 건너온 이들 부부는 서울에서 청년창업프로젝트 일환으로 '커리 왈라' 모의사업을 하게 된다.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는 거대한 욕망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서울에선 비용 문제로 번듯한 음식점 하나 차리기 버거웠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방법을 연구한 결과가 제주였다.

김씨는 "마침 제주도 친구와 연락이 되면서 내려왔는데 막상 아무것도 몰라 막막했다"며 "하지만 너무도 좋은 집주인 언니를 만나 쉽게 지금 '커리왈라' 자리를 빌리게 됐고 살 집도 구하게 됐다"고 했다. 너무 운이 좋다보니 제주가 운명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단다.

사실 김씨는 대학시절 영화 '연풍연가'를 보고 '꼭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속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 영화의 우울하고 마이너한 감성이 그녀를 유혹했다.

하지만 남편 다와씨는 제주행을 원치 않았다. 번화된 티벳 도시에서 살아 친구들로부터 '시티보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그다. 상투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지금은 어떻냐고.

다와씨는 "지금은 좋다. 스트레스도 적고, 자유시간도 많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참고로 다와씨는 한국말을 정말 잘한다. 김씨가 옆에서 "사실 처음 제주왔을 때 일을 다녔었는데 한국말을 잘 못한다고 욕을 많이 먹어서 적응하려다보니 금방 늘었다"고 부연했다.

이들 부부는 '역마살 아내' 덕분에 제주에 오래 머무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만족스런 제주생활이 이들 부부를 붙잡고 있다. 더욱이 최근엔 자신들을 보려고 내려왔던 어머니와 이모마저 제주에 터를 잡았다.

김씨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여길 정도로 이 곳 생활이 즐겁다"며 "너무 좋아서 떠나기 싫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진 "아마 못 떠날 것도 같다"는 말. 기자의 귀에는 그 말이 즐겁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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