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몇 개월 전 2014년 브라질월드컵축제가 한창 열기를 올리고 있을 때의 일을 필자는 아직도 잘 이해를 할 수 없다. 어제까지 우리의 자랑이요 희망이었던 한 영웅이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독히 운이 없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는 바로 홍명보 감독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여러 면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했었다.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는 4강에 진입하였다. 내로라는 세계 축구강국들과 정면 승부를 벌여 특유의 빠른 패스와 조직력으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거나 그들보다 우세한 경기를 펼쳤었다. 스페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의 강호들이 우리나라 팀과 비기거나 져서 초반에 쓸쓸하게 제나라로 돌아가야 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는 많은 영웅들을 배출하였다. 최고의 영웅은 대표팀 감독 거스 히딩크다. 외국인임에도 그는 마치 원래부터 한국인이었던 것 같은 착각을 우리에게 심어주었다.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김남일, 홍명보 등도 우리를 행복하게 한 영웅들이었다. 특히 홍명보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의 듬직한 맏형 노릇을 한 탓에 최고 인기 선수가 아니었던가 싶다. 홍명보는 실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아 몇 년 뒤 한국월드컵 팀의 감독을 맡게 된다. 올 6월, 그러니까 2014 브라질월드컵에 그는 감독으로서 출전하게 된다. 결과는 모두 잘 알고 있기에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제까지 우리의 영웅이었던 홍명보 감독이 왜 하루아침에 급전직하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그가 16강 진입에 실패한 순간 신문 지상에는 그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온갖 기사들로 빼곡이 채워졌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과연 이것이 홍명보를 비난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매스컴에서 그를 비난하는 내용은 그의 처신의 가벼움과 거짓말 및 부동산투기가 아닌가 한다. 그는 16강 진입 실패 후 선수들을 데리고 술을 마신 모양이다. 술을 마시며 웃고 있는 사진이 큼직하게 실려 있었다. 아마 이 모습이 팬들의 감정을 건드린 모양이다. 16강에도 진입하지 못한 주제에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고 떠들고 있어? 자숙해도 부족할 판에. 아마 이런 심사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필자는 홍명보 감독을 이해하고 싶다. 16강에 진입지 못했다 해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골방 속에 갇혀 지내야 했을까. 가장 괴로웠던 것은 선수들 자신이 아니었을까? 필자가 홍감독의 입장이었더라면 함께 술을 마시면서 빨리 패배감을 떨쳐버리고 새출발을 하자고 격려했을 듯하다. 홍감독과 선수들이 이과수폭포 관광을 한 것도 비난거리가 된다. 홍 감독이 선수촌에서 조용히 보냈다고 말해놓고는 실은 관광을 했다는 것이다. 거짓말쟁이가 되는 순간이다. 이 역시 국민들의 눈에는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극히 사적인 일이지만 홍 감독이 부동산을 구입한 것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 일련의 보도내용을 보면 16강에 탈락한 주제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술을 마시고 관광을 다닌 것에 대한 괘씸죄에 다름 아니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 국민들은 16강에 들지 못한 것을 씻을 수 없는 치욕이요 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스포츠는 즐기는 것이 아닌가. 이기면 좋고 져도 그들을 껴안아 줄 아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팀이 16강에 진입했다면 아무도 이런 일로 홍명보를 비난하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한때 우리의 영웅이었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파렴치한으로 몰아 꼭 추락시켜야만 했었는가? 그의 실수를 지적하더라도 그의 영웅성은 지켜줄 수 있어야 다음에 그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설 수도 있지 않겠는가. 영웅을 키우지 않고 끌어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회,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황량하기 짝이 없다. <권재효 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