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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소폰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에 온 어린 손자가 벽에 걸린 색소폰에 관심을 보이기에 동요 '아기염소'를 연주하려다가 낭패를 보고 말았다. 빠른 템포, 조바꿈 곡에다 연습도 못했으니 박자와 리듬이 엉망이다. 손자의 실망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색소폰은 인연이었다. 오래 전 TV화면에서 어느 7080 세대들이 합주단을 꾸려 함께 연습하며 음악으로 봉사활동 하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였다. 그 때 '나도 악기하나 쯤…' 하는 꿈이 생긴 듯하다. 때 마침 포항여중 교장의 우아한 색소폰 연주에 다시 매혹되고 말았다. 순간 이렇게 묻혔던 꿈이 되살아난 것이다. 꿈이 식을까, 곧바로 제대 평생교육원 색소폰 교실에서 연습하다가 그만 어깨수술로 중단하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전 제주도 노인복지관에서 색소폰 강좌에 늦깎이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우선 분위기가 그렇게 좋았다. 지긋하신 분들이 회원인데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역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 배움에 대한 열정 또 대단하여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말고도 복지관 운영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기타나 오카리나 등 악기는 물론 서예나 교양, 오락 취미, 건강 등등 프로그램들이 수두룩하다. 개설 내용도 그렇지만 우선 편한 분위기가 좋다. 수강생은 어르신들이지만 결코 연로하지 않다. 생각이 젊기 때문이리라. 모두가 밝고 친절하다. 알든 모르든 인사도 나누고 스스로 행복을 만드는 어른들이다. 연습곡 중 '내 나이가 어때서'를 연주할 땐 동병상련이랄까, 합주소리가 비장하다. 요즘 고령사회라고 걱정하는 소릴 들으면 나이 들었다는 게 무슨 죄인인 듯 느껴질 때가 많다. 60년대 초까지는 세계 최빈국! 그러나 온갖 고픔을 참으며 일궈낸 경제발전이나 민주화의 주역들이라는 위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한 때 표를 의식한 노인 폄훼가 문제되기도 했지만 인류 문명사를 보면 노인 때문에 인간 사회가 망가진 예는 없다. 오히려 어른들의 경륜과 삶의 지혜가 문명의 원천이었다. 요즘 인문학이 강조되고 고전이 중시되는 이유이다. 지혜란 지식이나 경험을 삶으로 승화시키는 일인데 유태민족의 랍비, 탈무드가 좋은 예이다. 교육이나 과학,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전 분야에서 세계를 좌우하는 것은 그들의 지식을 삶의 지혜로 꽃피우기 때문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힘들수록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그간 우리는 지식만 강조할 뿐 그걸 지혜로 승화시키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해 왔다. 지식이 많아도 인품이 못되면 헛 똑똑이요, 되레 나쁘게 이용하는 사례들을 본다. 지혜란 사물을 통찰하는 최고의 경지로 인품으로까지 확장된다. 지혜를 자원이라면 비약일까? 노인이라 폄훼보다는 원로들의 지혜가 우리 사회의 커다란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고령사회가 재앙이 아니라 복이 되는 노인 정책, 이로써 사회비용 줄이고 인간의 존엄을 높이는 최고의 복지가 아니겠는가. 인생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무얼 어떻게 추구하며 의미있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죽음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바야흐로 평생학습시대! 나이가 들었어도 즐겁게 배우며 기쁘게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꿈꾼다. 다시 찾아온 새로운 꿈, 오늘도 색소폰을 매고 복지관으로 향한다. <이경주 서귀포시민책읽기위원회 위원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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