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괴물'로 불렀던 그들의 이야기
마르크 베네케 부부의 '악의 어두운 창고에서'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4. 12.12. 00:00:00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 7년 동안 300여명의 어린 소년을 살해한 콜롬비아의 연쇄살인범. 딸을 24년간 지하실에 감금하고 7명의 아이를 낳게 한 아버지이자 남편. 자신의 고문 판타지에 맞춰 거대한 집을 호텔로 개조하고 직원과 투숙객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고문해 살인한 사이코패스.

범죄 과학 수사 전문가 마르크 베네케와 심리학자인 리디아 베네케 부부가 쓴 '악의 어두운 창고에서'는 우리가 '괴물'이라고 불렀던 이들의 인생 여정을 거꾸로 따라갔다. 희생자와 범인, 그들의 가족과 만나 인터뷰하면서 사건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가 말해주지 않는 새로운 이야길 끄집어냈다.

베네케 부부가 그 여정의 끝에서 마주한 이들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작고 여린 아이였다. 잔혹한 범죄의 씨앗은 대부분 범죄자의 어린 시절 상처로부터 만들어졌다. 가능한 한 치욕적인 방식으로 시체를 능멸했던 콜롬비아의 연쇄살인범 루이스 알프레도 가라비토. 그 역시 어려서 아버지에게 수시로 매를 맞았고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아버지 친구에게 성폭행까지 당한다.

지은이는 이에 덧붙여 살인범들과 똑같이 심리적인 혹은 정신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의 정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악의 어두운 창고'에서 발견한 마지막 희생자는 바로 범인 자신이다.

범인의 내면에 숨은 희생자를 찾아내는 베네케 부부의 통찰은 불편하지만 필요해보인다. 동정이나 연민의 차원이 아니라 희생자가 더 생겨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잔혹한 범행을 괴물이나 악마의 일로 낙인찍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밀쳐둬서는 안된다. 악마의 내면을 직시할 때 비로소 범행을 예방하고 교정할 수 있다.

그래서 베네케 부부는 그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야말로 범죄를 막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의 이상한 행동을 그냥 넘겨버리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게 아니라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 김희상 옮김. 알마.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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