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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뛰어넘자
[기후변화 뛰어넘자](3·끝)기후변화 대응전략-예방 가능한 위기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4. 12.15. 00:00:00

2013년 5월 말부터 용수공급을 가동한 어승생 제2저수지. 지난해 여름 기상 관측 이래 제주지역 최악의 가뭄 때문에 제한급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사진=한라일보 DB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 투자대비 사업효과 분석 필요
자연재해 많아 풍수해보험 가입률 전국 최고 수준
극심한 가뭄 들어 지하수 해수 침투·물부족 우려
당초 사업계획 중 일부만 추진·일부는 사장 위기

제주도는 태풍·해일·폭우·돌풍·폭설 등 다양한 자연재해가 돌발하고 기후변화에도 민감한 지역이다. 특히 다른 지역과 달리 자연재해 피해 비중이 커서 2000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총 51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64명의 인명피해와 3494억8900만원의 재산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의 기상이변에 따른 취약지역의 재해예방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재해방지시스템 구축=지난 1959년 9월 17~18일 제주도를 강타한 사라호 태풍 이후 제주도에는 모두 125회의 기상재해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사망 81명·실종 54명·부상 176명을 포함해 모두 31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4206억3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제주도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 같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주도는 지난 2009년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재난취약지역 재해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난감시용 CCTV 설치 및 예·경보시스템 정비사업과 하천 등 재난취약지 제거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 중인 풍수해보험에 대한 관심도 다른 지역보다 높다. 2013년 제주지역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14.9%(2012년도 13.2%)로 전국 평균 6.53%(2012년도 4.9%)를 크게 웃돌아 전국 1위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불확실한 기상이상현상을 대비하기 위한 재난 예·경보 시스템의 과학화 및 현대화, 수해 피해를 막기 위한 지방하천·소하천·재해위험개선지구·서민밀집지역·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재해예방사업 등도 재해방지시스템 구축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재난 방재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강우·적설·강풍·해일·해수면 분야 등에 적용 가능한 기후변화 대응 재난방재기준 수립 지침도 내년에는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제주지역에 맞는 장기적인 방재기준과 방재대책 수립절차를 제시하게 된다.

소나무 재선충병(사진 맨 위), 마을어장의 생태계 변화를 보여주는 아열대성 동식물인 산호붙이히드라와 참곱슬이.(왼쪽부터) 사진=한라일보 DB

▶생물종 다양성 유지=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2060년 이후 한반도에서는 강원도 이북에만 소나무가 생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라산 해발 1400m 이상으로 소나무가 이동하고, 600~1400m 지역에는 구실잣밤나무와 종가시나무 등 상록활엽수로 대체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한라산 고도에 따른 식생별 천이과정을 규명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의 이동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해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 이동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을 알아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측면에서 종다양성이 풍부한 한라산과 곶자왈에 대한 장기적인 생태 연구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해양생태계의 변화는 기후변화, 육상오염원 등 외부환경 변화, 수산업 환경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하천환경 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복원 연구는 하천개발 등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복원할 수 있는 연구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개년 사업으로 6개 마을어장을 대상으로 환경변화에 따른 해양생태계 복원연구사업을 시행 중이다.

최근 온난화에 따른 마을어장 내 갯녹음 현상이 심화되고 해조료와 패류의 서식상황도 황폐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 마을어장 생태환경 및 수산자원변동 추이 분석, 기후변화 등에 따른 어장생태계 변화 모니터링 및 수산동식물의 생산력 변동 조사, 마을어장의 효율적 진단 등을 위해 15개 마을어장을 현장조사해 생태계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마을어장의 지속적 생산을 위해 제주도 연안 마을어장에 바다숲을 조성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수자원 효율적 관리=제주도 지하에는 해수와 담수가 경계를 이루는 층인 담염수 경계면이 있다. 비가 많이 오면 지하수 함양량이 많아져 이 경계면이 하강하고, 가뭄이 들면 상승하게 된다. 비가 많이 오면 문제가 없지만 가뭄이 심각해지면 지하수에 해수가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도에는 기상청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이 발생해 이용 가능한 지하수량이 1일 130만4000톤까지 떨어져 실제 이용가능한 145만7000톤보다 크게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다. 중산간 제합 급수도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53개소에 해수침투 관측망을 설치하고, 57개소에는 지하수위 관측망을 설치해 지하수 과다 사용을 막기 위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관측망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해수침투와 지하수위에 대한 종합분석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또한 지하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 324만톤의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저수지를 조성하고 있다. 현재 표선면 성읍, 한림읍 옹포, 구좌읍 송당, 대정읍 서림 지구에 많게는 82%에서 적게는 4%의 공정율로 진행 중인 이 저수지 조성 사업은 가뭄 때에도 농업용수를 확보해 지하수 자원을 보호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효과 분석 필요=기후변화는 지역과 국가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환경·산업·문화·경제 분야와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엔이 최우선 아젠다로 추진하고, 국가가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도 그 심각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역시 2010년 처음으로 종합계획을 수립한 뒤 환경 변화에 따라 지난 2월 수정·보완한 종합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4개 추진전략과 63개 관련 사업으로 구성된 이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 중에서는 당초 계획된 예산의 극히 일부만 반영돼 제대로 진행될지 미지수인 사업들이 있다. WHO 공인 국제안전도시 이미지와 연계하고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사업으로 내년부터 착공할 예정이던 제주 재난안전 종합체험센터처럼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사장될 위기에 놓인 사업도 있다.

심지어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으로 분류된 사업 중에는 해당 부서에서 기후변화대응과 무관한 사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놓고도 그 사업효과를 제대로 분석해본 적조차 없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투자 대비 효과가 미미한데도 단지 종합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진행 중인 사업들도 있다. 관련 사업의 허와 실을 따져보지도 않고 각 부서와 기능별로 획일적으로 사업들을 수집해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마련하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분석이 필요할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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