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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러~!" 뜨거운 수증기 속에서 목욕탕 안은 목소리로 가득 찼다. 타인들의 상황에 그다지 민감한 반응을 하지 않는 나인데도 약간의 물소리에 섞인 투박하고 단호한 목소리에 고개가 돌려졌다. 초등 5·6학년 아니면 중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말라깽이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오고,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엄마인듯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벗은 몸을 감추느라 수줍은 얼굴의 소녀는 그 상황의 난처함을 어찌할 바를 모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똑바로 못해!" 소녀를 향해 또 한 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이른 아침 목욕탕을 재차 채워놓는다. 소녀와 나는 눈이 마주쳤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소녀의 난감해 하는 얼굴이 어찌나 찡하던지 마음속에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엄마라는 여인은 소녀의 무엇이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등을 후려치며 다시 똑바로 하라고 고함을 쳤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은 그리로 향해 있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저 아줌마가 정말.' 이번엔 엄마라는 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녀를 향해 시범을 보인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때(각질)를 한 번쯤 밀려본 사람이라면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남의 몸의 때를 밀면서 엄마는 넓고 굵은 손목의 힘으로 얼마나 강하게 밀어대는지를 말이다. 그 연약하고 여리디 여딘 나의 피부가 벗겨지도록 엄마는 때를 밀지 않았는가. 하지만 요즘은 일반적으로 그렇게 지독하게 때를 밀지 않는다. 그 사이 소녀는 때를 다 밀었고, 이번엔 엄마가 소녀에게 등을 밀라고 했나보다. 등 뒤에서 소녀가 엄마의 등을 밀기 시작하자, 비명이 새어 나온다. "아~, 아야야야~." 제대로 허리도 펴지 않고 구부정하고 수줍은 모양새로 엄마 등에 선, 소녀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엄마라는 여인은 신음소리를 냈다. 그런데 갑자기 도저히 못 참겠던지 몸을 홱 돌려 소녀를 향해 고함을 쳤다. "살살 못해~!" '정말, 웃기다.' 개콘에 나올 법한 소재다. 몸이 막 자라기 시작하는 고운 딸을 목욕탕에 데리고 와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도 목욕탕이라는 곳 자체가 가만히 있어도 시선을 받으면 부끄럽고 수줍어 몸을 웅크리게 되는 곳인데 소리를 지르고 등짝을 때리며 온갖 행위를 벌이는 엄마를 그날 그 소녀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했을까? 엄마라는 이름을 말이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미성숙한 인격체이고, 잠시 돌봐주어야 할 대상인 독립된 인격체이며 이 세상을 이끌어 갈 미래의 주인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뼛속 깊이 인지해야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난다. 어찌 지구와 별들과의 거리만이 별들과의 거리이겠는가? 나의 아이, 나의 남편, 나의 지인들 모두가 하나의 또 다른 별들인 것을…. 바로 곁에 있는 별을 바라보며 그 별과의 거리를, 그 별과의 소통을 깊이 생각해 보면 참 좋겠다. 그들이야말로 바로 인터스텔라이다. <장수명 동화작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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