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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춘 칼럼
[김계춘 칼럼]'지록위마'로 幕 내리는 2014년
김계춘 기자 kckim21@ihalla.com
입력 : 2014. 12.30. 00:00:00
교수신문이 2014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중국 사마천이 저술한 역사서인 사기(史記)의 '진시황본기'에 이 말이 나온다.

그 유래는 이렇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죽은 후 환관 조고(趙高)는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胡亥)를 황제로 내세웠다. 그리고 온갖 모략으로 경쟁 관계에 있던 승상 이사를 비롯한 많은 신하들을 숙청한 뒤 조정의 실권을 장악했다.

조고는 어느 날 자기를 반대하는 중신들을 가려내기 위한 술책으로 사슴 한 마리를 호해에게 바치며 "좋은 말입니다"라고 했다. 황제가 "어찌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가" 반문했으나 조고는 거듭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며 신하들에게 물어보라고 권했다. 황제의 물음에 조고를 두려워한 신하들은 대부분 '말'이라 답했다. '사슴'이라고 사실대로 고한 사람은 극히 일부였다.

'사슴'이라고 답한 자들은 나중에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모조리 죽였다. 그 후 궁중에서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다. 중국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 제국이 2대를 넘지 못하고 결국 멸망한 원인이다.

'지록위마'엔 '간신의 국정 전횡'과 '진실을 가리는 거짓'이란 두 가지 함의(含意)가 담겨 있다. 이 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곽복선 경성대 교수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교수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선정해 왔다. 대부분 그 해의 부끄러웠던 과오를 반성하기 위한 비판적인 말들이 주를 이뤘다. 2014년의 경우 세월호 참사와 '비선 국정개입' 사건 등에서의 본질 호도가 사람들로 하여금 '지록위마'를 떠올리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무정세월(無政歲月)'과 '유정윤회(有鄭輪回)'란 신조어도 생겼다. '무정세월'은 세월호의 침몰 과정과 그 이후 정치 실종 및 골든타임의 실기(失期)를 꼬집고 있다. 세월호에 정치는 없었으며 세월만 보냈다는 뜻이 담겼다. '유정윤회'는 '자꾸만 뱅뱅 도는 정씨가 있었네'라는 의미로, 박근혜 대통령은 극구 부인했지만 비선(秘線) 정치와 청와대 권력 암투 논란을 빗댄 풍자다.

이밖에 '56조 부채는 남겼지만 실패한 자원외교는 아니다'(MB정권 관계자) '해킹은 당했으나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한수원) '내리라고는 했지만 비행기 돌리라고는 안 했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지록위마' 범주에 속한다.

언론 또한 '지록위마'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연 우리의 언론들은 모든 사안의 본질을 공정하고 명확하게 표현하고 국민에게 전달해 왔는가. 그저 정치적인 성향이나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사실을 왜곡(歪曲) 보도한 점은 없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반성해 볼 일이다.

기실 '지록위마'는 사회 도처에, 그리고 우리 주변에도 상존한다. 그 이면엔 사슴을 보고도 사슴이라 말 못하는 용기 없음이, 어느새 '자기검열'에 익숙해진 슬픈 자화상(自畵像)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이틀 후면 을미년 새해를 맞는다. 부디 2015년은 '거짓이 진실을 가리지 않고, 진실이 거짓을 이기는 해'가 됐으면 한다. <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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