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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브르는 평생 곤충과 함께 살아온 학자이다. 그의 예리한 관찰력이 선임 학자의 연구 결과를 바꿔 놓은 일화가 있다. 왕소똥구리는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보통 혼자 또는 두 마리가 함께 굴리며, 여러 마리가 같이 굴리는 경우도 있다. 당시 파브르의 선배 학자들은 왕소똥구리가 두 마리 또는 여러 마리가 합심해서 굴리는 모습을 보고, 왕소똥구리의 동료애를 극찬한 바 있다. 혼자서 왕소똥구리가 경단을 굴리다가 어떤 장애물을 만나게 되면, 다른 동료들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브르가 꼼꼼하게 관찰한 결과, 그것은 본능적으로 먹이를 쟁탈하기 위해 모여든 것이라며, 선배들의 불완전한 관찰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하마터면 남의 밥그릇을 넘보는 날치기가 지극히 선량한 동료로 둔갑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요즘 하도리나 성산포 철새도래지에 가면 많은 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철새들이 평화롭게 겨울을 보내려면, 때로는 먹잇감을 놓고 동료들과의 쟁탈전도 벌여야 한다. 물수리 한 마리가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숭어를 낚아채고 날아간다. 숭어의 비늘이 미끄럽기 때문에, 물수리는 숭어가 물 위로 떨어질까 봐 날카로운 두 발로 꽉 움켜지고 날아간다. 근데 재갈매기 한 마리가 뒤따라간다. 왜일까. 물수리의 비행을 방해해서, 숭어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재갈매기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쪽은 지키려고, 다른 한쪽은 빼앗으려고 자연도 밥그릇을 놓고 치열하다. 제주 출신 부지영 감독의 '카트'가 주목받았다. 두 집단에 대한 생존권을 다루었다. 강자와 약자는 서로를 감시한다. 약자는 절대로 강자를 이길 수 없으니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겁준다. 편갈이를 하지도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뭉치기만 하면, 낙숫물로 바위도 뚫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약속을 믿었는데, 그게 큰 사고로 이어진다. 아줌마라고, 중학생이라고, 비정규적이라 해서 무시당하는 모습에 관객들도 서럽게 울었다. 강자들의 입맛 때문에 늘 사회적 약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희생을 강요받는 것은 잘못이다. 회사를 위해, 소중한 가족까지 소홀한 대가가 너무나 억울하다. 삶의 현장이 치열할수록, 약자들의 밥그릇을 더 가까이서 헤아려야 한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저물고 있다. 현장의 숨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던 해였다. 현장을 대충 보고 임의대로 판단한다면, 세월호와 같은 불행한 일이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 민생 현장은 엄청 심각한데. 현장 정치, 민생 탐방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한 사람의 분노만 막아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망원경이나 현미경처럼 멀리 있는 것도 눈앞에 있는 것도 세심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잘못된 관찰이 생태적 오류를 범하는 것처럼, 색안경으로 본 현장이 착한 민생으로 변신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진정 안녕하지 못한 민생 구석을 찾아내려는 집념이 필요하다. 현장의 상황을 무시하고 현장은 현장일 뿐이라는 탁상공론, 이제는 걷어차야 한다. 새해에도 제주특별자치도호는 한·중 FTA 대응, 강정해군기지 갈등 치유, 공항 확충 등과 같은 굵직한 현안들을 가득 실은 채, 험난한 길을 뚫어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 배가 순항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 뜻하지 않는 위험 요소로 침몰할지도 모르니, 현장으로 나와 살펴야 한다. 자칫 큰 그릇만을 챙기다가, 정작 챙겨놓은 아침 밥그릇마저 깨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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