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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청구리장가
입력 : 2015. 01.29. 00:00:00
'청구리장가'는 내 컴퓨터에 있는 '청개구리 장애인가족 인형극' 오디오파일이다. 이 파일은 서귀포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발달장애인가정의 가족애 강화를 위한 가족통합지원프로그램'의 하나인 인형극교실에서 만들었다. 이십 여년간의 인형극회 활동 중 장애인가족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처음이다. 우리는 지난 열 달 동안 격주로 토요일 오전에 세 시간씩 만났다. 첫 작품은 '청개구리'. 엄마의 유언대로 물가에 엄마를 묻은 청개구리가 비 오면 무덤이 떠내려갈까 봐 개굴개굴 운다는 이야기다. 슬픈 결말은 엄마의 죽음을 꿈으로 겪은 뒤 착한(?) 청개구리가 된다는 해피엔딩으로 각색됐다.

기대보다는 낯섦으로 서먹하게 모여 앉은 일곱 가족과의 첫 만남. 막막했다. 가족 단위로 모이다 보니 나이, 장애 정도, 환경은 물론이고 가족원들의 분위기까지 모두 제각각이다. 게다가 몇 단계의 복잡한 제작과정에 비해 턱없이 짧은 시간. 난감했다. 수업이 끝나는 연말에는 두 세 차례의 상연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정말 가능할지 점칠 수 없다. 작품의 완성도를 욕심내는 것은 무리다. 어느 때보다 극의 내용, 준비와 연습 과정, 상연까지 모두 쉽고도 재미있어야 했다.

대본 읽기가 시작되었지만 인내가 필요했다. 우리의 몫은 조바심내지 않고 기다리기. 차츰 다문 입이 열리고 기어들던 목소리도 커졌다. 스펀지를 깎고 천을 씌워서 만드는 인형은 엄마들의 바느질과 아이들의 풀칠로 제법 그럴듯하게 완성되었다. 대사는 녹음실로 한꺼번에 이동하기 힘들어 비교적 방음 잘되는 작은 방에 몇몇만 들어가 역할과 장(場)별로 따로 녹음했다. 음악과 효과음을 입히는 편집이 끝나자 다음은 선 밟기. 편집된 오디오파일에 맞춰 움직이면 되는 것이었지만 그것 역시 만만치 않다. 연습 내내 엉거주춤 서서 벌서듯 손들고 움직여야 하는 시간. 어린 배우들은 때로 징징대며 불평했지만 신통하고 고맙게도, 막상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다.

내 감동의 절정엔 일곱 살 주연이가 있다. 청개구리 엄마가 독뱀에 물려 쓰러지면 구급차가 경보음을 울리며 지나간다. 구급차 그림 피켓을 들고 무대를 쓱 한번 왕복하는 몇 초의 역할을 때 놓치지 않고 참 잘해 주었다. 짧지만 진지한, 철부지의 집중력이 귀엽게 반짝거리는 순간이다. 인형을 움직이는 일 외에 소품을 제때 걸고 빼는 일, 서툰 손동작을 돕는 일. 각자 모두 훌륭히 해냈다. 무대 뒤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오롯이 객석만 지키는 관객은 모르리라. 자기역할 인형을 들고 나가 인사하던 배우들의 감회는 어떤 것이었을까. 좌충우돌, 리허설 같은 두 번의 상연을 무사히 마쳤다.

마지막 발표회 날, 객석 맨 앞줄에 마련된 내빈석 앞에 휠체어를 탄 단체장이 앉아 있었다. 그 뒷자리 하나가 비워진 상태. 늦게 도착한 분이 그 자리에 앉으려 살짝 밀어냈고, 앞을 가리게 될까 휠체어는 슬그머니 객석 옆 복도로 빠져나오더니 얼마 후 사라졌다. 집안 잔치에 식구 중 하나가 집 밖으로 쫓겨나는 상황이라면 비약일까. 복도에 서 있다가, 그 분의 복잡한 표정을 읽은 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비장애인들이 무심결에 저지르는 실수다. 그게 나일 수 있어서 마음 한구석 지금도 미안하다.

지난 토요일정은 나에게도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올해는 다시 어떤 작품으로 울고 웃을까. 내 맘과 내 컴퓨터 안의 '힐링장가'라는 폴더. 거기 담긴 '청구리장가' 파일. 함께한 가족들 마음 속 서랍의 '청구리장가'도, 앞으로의 작업들도 참으로 신명나고 행복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올 한 해도 징검다리 건너는 토요일마다 장가가게 될 것 같다. <김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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