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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문화예술가들의 불만을 듣고…
입력 : 2015. 03.11. 00:00:00
몇 주 전 제주도내의 문화, 예술에 종사하는 관계자들 십여명이 모여서 제주지역 문화예술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에 대한 허심탄회한 토론회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제주의 배타성 때문에 새로운 문화 예술이 자리 잡기 힘들다"는 이주 예술인들과 기획자의 지적이 있었단다. 일부는 경력을 내세우며 '제주사람들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몰라 준다'거나 '제주를 문화의 불모지라고 단정하고 그런 곳에 새로운 문화를 전파하러 왔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히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공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할 얘기는 아니었다는 생각에 씁쓸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요즘 제주에는 새로 정착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주민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고 그 중에는 문화예술인들이 적지 않다. 아무래도 삭막한 대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창작의 영감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제주의 매력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제주에 정착하는 예술가들 가운데 기획자로 나서는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띄는데 앞서 거론한 토론회에 그런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들은 다른 문화 예술계 종사자들과 도민들을 한데 모아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진행하는 일들이 늘고 있다. 개인적인 창작 활동을 사회적인 사업으로 만드는 작업인데 이때 소요되는 비용이 개인적 투자인 경우는 별반 문제 될 것이 없겠으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 진행되는 문화행사는 혈세가 지원되는 만큼 이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문화 행사를 기획 진행하면서 기획자의 경력이나 기획의도 만으로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사후 제출되는 서류만으로 전체 행사를 평가 해 버리는 행태가 매년 지속 되어 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런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진행하는 사람들과 행사 자체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제주에서 벌어지는 문화행사 가운데 이주 예술인들이 새 기획자로 나서서 새롭게 진행되는 행사로 인한 부작용이 해마다 서너건씩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예산 낭비도 심각한데 이를 평가하고 검증할 만한 어떤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우선 제안하는 기획자의 수준을 평가할 방법이 없어서 제출하는 프로필만으로 믿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산 사용에 대해서도 문화 예술이라는 분야가 창작물이나 창작행위에 대해 공산품처럼 정가가 매겨지지 않다보니 전적으로 기획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다. 외부에서 초청하는 예술인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수준을 검증하지 못하면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했는지, 또 궂은 일을 도맡아 하게 되는 도내의 관련 업체들(무대, 조명, 음향 등)에 대한 비용 지불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의 음식문화를 공부하는 필자가 문화예술계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 이런 글을 쓰는지 의구심을 품을 이도 있을텐데 현재의 직업을 가지기 이전, 서울에서 공연문화 기획자로 꽤 오랜 시간 근무를 했었고 학창시절부터 미술과 연극 활동을 해 왔던 탓에 누구보다 고향 제주의 문화 예술계의 변화를 관심있게 지켜 보았다. 현재 서너곳의 문화예술 단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극히 일부의 문화예술가들이 대다수 창작혼을 불태우는 전체 예술가들을 앞세워 검증받지 못한 단체나 행사를 만들고 그로인해 오랫동안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온 공신력 있는 문화예술단체까지 욕 먹이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제주는 결코 문화의 불모지가 아니고 제주만의 문화예술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러한 존재가치를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이주 예술인들이 거쳐야할 수순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양용진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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