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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 거짓말
입력 : 2015. 04.22. 00:00:00
대학시절 엠티(membership-training)를 가면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자기의 생각을 자유롭게 발표하는 토론 프로그램이었다. 요즘 TV에서 보는 백분토론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때 내건 주제라는 것이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거짓말은 나쁜가?' 등과 같이 일상생활과 관련한 가벼운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나름대로 진지하게 토론에 임했던 것 같다.

'거짓말'에 대해 토론하던 때가 새삼 떠오른다. 결론은 사실 뻔한 것이었다. 거짓말에는 나쁜 거짓말과 좋은 거짓말이 있다는 것. 결론이 뻔한 만큼 서로 반대 진영을 공격하기보다는 나쁜 거짓말의 예, 좋은 거짓말의 예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는 것으로 서로 공감하는 가운데 토론이 마무리 되었던 것이 기억난다.

나쁜 거짓말의 예로 필자는 중국 춘추시대 포사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한 번 더 해보도록 하자.

포사는 주나라 유왕의 후궁이었다. 왕의 총애를 받아 아들 백복을 낳았으나 한 번도 웃는 일이 없었다. 유왕은 그녀를 웃게 하려고 온갖 궁리를 한 끝에 외적의 침입도 없는데 위급을 알리는 봉화를 올려 제후들을 모았다. 제후들은 급히 달려왔으나 아무 일도 없었으므로 멍하니 서 있자, 이를 본 포사는 비로소 웃기 시작했다. 뒤에 유왕은 왕비와 태자를 폐하고 포사를 왕비로 삼았는데 폐위된 왕비의 아버지가 격분하여 BC 771년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왔다. 유왕이 봉화를 올려 도움을 청했으나 한 사람의 제후도 모이지 않았다. 서주는 멸망하고 말았다.

거짓말이 결국 나라를 멸망하게 한 것이다. 포사는 나라를 망하게 한 요녀로 역사에 기록되지만 사실 그녀도 억울할 것이다. 탓하려면 어리석은 유왕을 탓해야지 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죄밖에 없는 포사를 탓한단 말인가? 남성들의 책임의식 결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포사의 고사는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을 떠올리게 한다. 거듭된 거짓말, 신뢰의 상실, 그 결과는 화를 불러온다는 교훈을 보여준다. 포사의 이야기는 2800년 전의 일이지만 오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 우리나라의 실세라는 사람들의 거짓말 향연을 보는 국민들은 아침, 저녁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들이 편치 못하다.

좋은 거짓말의 예를 들던 한 친구의 이야기가 4월이라 그런지 새삼 짠하다. 그는 이른바 4·3 유족이다. 그의 할머니의 이야기였는데 당시 필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막연히 알고 있었던 불확실한 실상이 눈앞에 보듯 생생하게 전달되어 오는 순간이었다.

그의 삼촌이 쫓기는 신세였다고 한다. 그 삼촌이 자발적 좌익이었는지 아니면 혼란한 시국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좌익에 가담했는지는 알 수 없다. 삼촌은 집 뒤에 땅굴을 파고 숨어 있었다. 어둔 밤에 할머니가 밥을 갖다 날랐다. 어느 날 총을 든 무서운 사람들이 찾아와 할머니에게 총을 겨누며 아들의 행방을 물었다. 할머니는 모른다고 딱 잡아떼었다.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할머니는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결국 할머니는 그들의 총탄에 희생되고 만다.

친구의 말에 모두 숙연하였다. 우리 중 누구도 할머니의 거짓말에 대하여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친구 할머니의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명명하였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많은 거짓말을 접한다. 사회통념으로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그게 말처럼 명쾌하지가 않은데 문제가 있다. 거짓말은 칼날처럼 어떻게 휘두르냐에 따라 흉기가 되기도 하고 이기(利己)가 되기도 하는 것일까. <권재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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